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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계속 가라

...... 그런데 며칠 후, 길은 키가 큰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지고 몹시 어두컴컴한 숲으로 이어졌어. 그러자 율법 낭독자가 숲의 가장자리에 멈춰 서더니 단 한 발자국도 떼지 않으려고 했단다. "숲 속으로 들어가야 되네. 이것도 여행의 일부가 아닌가." "하지만 난 짙은 그늘이 싫네. 저 어둠 속에 무엇이 웅크리고 있을지 모르지 않나. 우리를 덮칠 준비를 하고 있는 도둑 놈이 있을 수도 있고. 무시무시한 야생 짐승이 있을 수도 있어." "맞아." "숲은 여러 가지 예기치 않은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는 하는 곳이지. 다른 여행자가 있을 수도 있고.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위험한 일들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몰라. 어쨌거나 이 그늘 속으로 걸어 들어갈 때까지는 누구도 모른다네. 하지만 이 안에 가장 위험한 것이..

2009. 1. 15. 00:28

위험한 독서

위험한 독서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김경욱 (문학동네, 2008년) 상세보기 위험한 독서 맥도날드 사수 대작전 천년여왕 게임의 규칙 공중관람차 타는 여자 고독을 빌려드립니다 달팽이를 삼킨 사나이 황홀한 사춘기 물리적 그리고 공간적으로 불가능한 사건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인식하게끔 만드는 힘은 시퀀스다. 조금씩 독자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객관화라는 습관을 허물고 나면, A와 B라는 사건의 관계가 백만년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문제없다. 그 작은 틈, 내려가는 가드를 놓치지 않고 작가는 잽을 날린다. 어퍼컷도, 스트레이트도, 카운터도 필요없다. 그저 정해진 시퀀스에 따라 날려진 잽이면 넉아웃이다. + 소설읽기는 내겐 너무 어렵다. 행간의 의미를 쫓고, 놓친 부분은 없는지, 내가 얻을 것은 무엇인지 찾는..

2009. 1. 7. 00:47

내가 사는 세상.

난 가끔 잘 모르겠다. 아니 정말 모르겠다. +Gaza strip. 가자 지구의 참혹함을 알려주는 플리커 사진들. 이해를 돕는 글 : 이스라엘이 전쟁으로 진정 원하는 바로 그것 "국가"와 "민족"이 하나 되면... 이스라엘의 양심적 세력들이 힘을 못쓰는 이유 +AFRICA 사람이었네_루시드폴 어느 문닫은 상점 길게 늘어진 카페트 갑자기 내게 말을 거네 난 중동의 소녀 방안에 갇힌 14살 하루 1달러를 버는 난 푸른빛 커피 향을 자세히 맡으니 익숙한 땅, 흙의 냄새 난 아프리카의 신 열매의 주인 땅의 주인 문득, 어제산 외투 내 가슴팍에 기대 눈물 흘리며 하소연하네 내 말 좀 들어달라고 난 사람이었네 공장 속에서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난 사람이었네 어느날 문득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자본이란 이름의,..

2009. 1. 1. 14:32

& happy new year.

새해가 된지도 벌써 13시간 하고 59분 47초가 막 지나고 있네요.. (왠지 배철수아저씨가 생각나네.ㅡㅡ;;) 해가 밝자 마자 회사에 끌려와서 이러구 있습니다. 연말이어서 성과평가가 진행중인데 작은 문제가 있었나봐요. 나올때 투덜거리며 "이게 모야.~~" 막 이랬는데 끝내고 나니 깔끔하네요. ^^ 덕분에 이렇게 포스팅도 하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노력중이에요. (참고로 집에선 인터넷이 안됩니다.ㅎㅎ) + 지금은 그나마 괜찮아지긴 했지만, 세밑에 감기를 호되게 앓았었죠. 크리스마스에 연말 분위기까지 잦은 회식자리가 이어지다 보니 몸이 상했나봐요. 게다가 무리해서 스키장까지 다녀왔더니..쿨럭~~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송년회 겸 하이원 스키장을 다녀왔는데, 좋더군요. 무엇보다 다양한 코스의 슬로프 그리고 ..

merry x-mas.

한동안은 블로그에 눈이 내리게 해 둘 생각입니다. 어쨌든 제가 있는 곳은 그리 눈이 흔하지 않는 곳이니, 여기서라도 눈을 봤으면 싶네요. 블로그에 눈 내리게 하는 방법은 요기에서 ^^ 이래저래 즐겁지만은 않은 크리스마스네요. 겨우 회식 몇번에 얼굴이 뒤집어지는 저질스런 체력이 되어가는 것도, 뒤숭숭한 세상 돌아가는 것도, 이런저런 루머에 귀를 팔랑거리며 일희일비하는 모습도 그렇구요. 게다가 혼자라는 걸 즐길줄 알았던 여유를 잃어가는 제 자신이 더욱 그렇네요. 이런게 아마 '불안'이라는 거겠죠. 얼마전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맘에 드는 구절마다 책을 꼬깃꼬깃 접었더니, 글쎄 책 부피가 두배로 늘어났더군요. 그래서 정리가 안되더라는. 결국 자기 안으로 시선을 돌리는, 일종의 상대적 위..

2008. 12. 21. 01:11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난 노희경이라는 작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간헐적으로 본 그의 드라마가 있긴 하지만 그리 맘을 뺏겨 몰두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어디선가 얼핏 어머니에 대한 그의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아마도 누군가의 미니홈피에 스크랩된 글이었던 듯 지금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글이었다. 부모도 자식의 한이 되더라.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나는 그녀가 내 한이 되리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그 시절, 분명 나는 그녀의 한이었을 것이다. 내 어머니는 순하디 순한 분이셨다. 그 순함이 정도를 지나쳐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그녀를 봤다면 조금 모자란다 하였을 것이다. 그녀는 젊어서는 자식들 잡기를 쥐잡듯하여 제 성질을 못 이기더니, 오십줄에 접어들면서부터는 희한하게도 갑작스레 흰머리가 늘고 주름이 지는 상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