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계속 가라
......이야기 속의 율법 낭독자는 그렇게 '오늘'에 멈춰버렸고, 목각사는 '내일'로 발걸음을 떼었다.
그런데 며칠 후, 길은 키가 큰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지고 몹시 어두컴컴한 숲으로 이어졌어. 그러자 율법 낭독자가 숲의 가장자리에 멈춰 서더니 단 한 발자국도 떼지 않으려고 했단다.
"숲 속으로 들어가야 되네. 이것도 여행의 일부가 아닌가."
"하지만 난 짙은 그늘이 싫네. 저 어둠 속에 무엇이 웅크리고 있을지 모르지 않나. 우리를 덮칠 준비를 하고 있는 도둑 놈이 있을 수도 있고. 무시무시한 야생 짐승이 있을 수도 있어."
"맞아."
"숲은 여러 가지 예기치 않은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는 하는 곳이지. 다른 여행자가 있을 수도 있고.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위험한 일들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몰라. 어쨌거나 이 그늘 속으로 걸어 들어갈 때까지는 누구도 모른다네. 하지만 이 안에 가장 위험한 것이 숨어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알고 있지."
"도대체 무얼 말하는 건가? 도둑이나 야생 짐승보다 더 위험한 게 뭐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자네의 두려움." 목각사가 숲 속으로 들어가면서 한 대답이었다는구나.
......
그래도 계속 가라 中
나 역시 저 숲의 가장자리에서 머뭇거리고 있는건 아닌지.
아니..아니다. 그 숲을 지날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그 건너편에는 다다르고 싶어하는 간사한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미래를 쫓지만 결국 '현재'의 '미래'는 '과거'라는, 걸어온 발자국도 지금 걷는 걸음도, 걸어갈 길도 별개가 아닌데 늘 과거를 후회하고 현재에 불편해하고 미래라는 것에 조바심내 한다.
오랜만에 이른 퇴근 덕분에 따뜻한 물 속에 몸을 담근채, 소리내어 읽은 책, 시원한 맥주 한모금.
기분좋게 해주는 영화 한편 보고 잠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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