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_삶이라는 실체의 힘

  옆자리의 여자분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리 눈물을 재촉하는 내용은 없다. 하지만 40년이 넘은 소의 쓰러질듯한 발걸음에 몰입하면 눈물이 나는 것도 그럴만 하다. 뒷쪽에 앉으신 나이 지긋하신 부부는 우리네 얘기, 아버지의 얘기라며 소근소근거렸다.  
우연찮게 적벽대전을 포기하고 보았던 워낭소리가 그렇게 10만을 돌파했다.

한국영화를 깨우는 ‘워낭소리’ 흥행 선풍
독립다큐 '워낭소리', 개봉 20일만에 10만 돌파

새삼스레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의 힘을 느꼈다. 작위적인 동물과의 교감, 눈물을 끌어내기 위한 장치, 의도된 장면의 연출없이도 관객의 마음을 뺐었다.
그저 그렇게 거기 있는 것을 스크린에 옮겨 보여 줄 뿐이다.
화면 속 할아버지는 고지식한 촌부. 스크린에 옮겨지지 않은 시간속에는 아마도 소를 거칠게 대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더 많았을게다. 예전 내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제 아무리 각별한 소라도 그저 짐승일 뿐이고, 다 죽어가는 녀석이라도 값만 맞으면 팔았을 게다. 마치 자식인냥 애지중지 한다면 그게 오히려 넌센스다.
  다만 말없이 약초로 쓰이는 풀을 베어다 털썩 소 앞에 던져놓고는 돌아서는 모습만으로도 소에 대한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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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koreafil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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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함께한 일행과 했던 대화 중에 할머니가 마치 나레이터 같다는 말을 했었는데, 이제보니 감독의 의도였다고 한다.
두 가지를 생각했어요. 할머니를 내레이터처럼 보이게 하자는 것도 있었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서로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그런 기법을 쓴 거죠. 인터뷰 같지만 서로 주고받는 대화처럼 보일 수 있게.


영화의 성공 덕분에 출연하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유명세를 치르고 계신 것 같다. 벌써 방송국에서도 다녀가고, 각 언론매체에서 다루려는 모양인데 자기네들끼리 알아서 자제 좀 해주면 안될려나.에혀.
그 분들께서 이제와 무슨 榮華를 누리겠다고, 그런 매체의 노출을 달가워하시지도 않을거 같은데, 마치 이것도 알권리인양 그분들의 조용한 일상을 어지럽히진 말았으면 좋겠다.


이충렬 감독의 인터뷰 전문
http://www.neoimages.co.kr/news/view/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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