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 노희경이라는 작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간헐적으로 본 그의 드라마가 있긴 하지만 그리 맘을 뺏겨 몰두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어디선가 얼핏 어머니에 대한 그의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아마도 누군가의 미니홈피에 스크랩된 글이었던 듯 지금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글이었다.

읽은 그의 에세이가 맘에 들어 노희경, 노희경....누구지? ...하며 몇번 되뇌었던 기억이 난다.
 마침 그의 글이 묶여져 책으로 나온다기에 주문하고는 설레어하며 기다렸다. 어제의 과음으로 하루종일 방바닥을 업고 있다가, 해질 무렵에야 일어나 어제 도착한 책을 들었다.
'말도 안되고 문장도 안 되고 더더욱이나 생각의 깊이란 게 너무도 보잘것 없는' 이라고 밝힌 서문과 달리 사랑에 대한, 그리고 비루했던 젊음에 대한 그의 생각들에 때론 공감하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은 그건 그렇지 않기도 한대...하며 읽었다.
늘 커다란 짐만 같은 삶, 청춘, 사랑 따위의 것에 대해 나보다 먼저 걸어간 이의 충고같기도 하고, 여전히 완성이 아닌 과정에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각각의 삶을 살아가는 동료의식 마저 느꼈다면 나의 과잉일까.

뼈아픈 후회_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의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람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 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니었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나의 희생, 나의 자기 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알을 넣어 주는 바람뿐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