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다
‘깡패’인 강패와 ‘배우’인 수타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제대로 본적이 드물다. <나쁜 남자>가 아마도 유일하다. 일종의 거부감 같은게 내 안에 있나보다. 예전엔 이런 거부감을 떨치려 왜려 집착하곤 했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아바론>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졸았었다. 때마침 우연히 읽은 감독 인터뷰에 그런 내용이 나오더라.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 “ 내 영화를 보며 하품을 하는 이유에는 2가지 이유가 있다. 진짜 졸려서, 아님 지적인 거부감 때문이다.” 그래서 무슨 의미가 있나하고 그 영화에 집착했었다(결론은 별거 없더라. 지적 거부감은 무슨 걍 졸리더구만).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여전히 선뜻 봐지지 않는다. 왜 일까?
김기덕감독이 각본을 맡은 <영화는 영화다>는 다행히 그런 거부감과는 거리가 먼 ‘영화’였다. 보는 내내 때로는 강패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수타가 되기도 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유난히 극에 빠져드는 정도가 심해서, B급 호러영화는 보지도 못한다. 콧물 질질 흘리던 어린 시절, 친구네집에서 우연히 <닥터 기글>을 봤다. 내시경을 통해 도깨비 방망이 같은 걸 넣고선 ‘위잉~~’하고 돌리면, ‘빨간 액체’가 관을 타고 역류했다. 그걸 보며 거품을 문 이후론 자제하고 있다. 요즘 들어서야, 왠지 영화를 보는 시야가 좁은 듯해서 한번 도전해 볼까? 말까? 하는 정도.
장수타역의 강지환은 극초반 무시무시한 블랙슈트의 소지섭에게 묻혀버리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마치 연기가 아닌 진짜 싸가지 없는 ‘연기자’인 듯 극중 역할과 어울렸다. 하지만 어쩔수 없이 이강패역의 소지섭에게 눈이 더 가는 것은 나만 그럴려나.ㅡㅡ;; ‘역시나’ 철철 넘치는 마초적 매력과 함께 ‘나쁜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한순간 긴장을 풀어버리게 하는 순진함과 같은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영화 종반부에 본연의 ‘직업’으로 돌아와 불상을 휘두르고 나서 카메라를 향한 퀭한 시선은 정말.......어쩔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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