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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2. 11. 00:55

아파트에 누우며

...개항이래 이 나라에 건설된 주택과 빌딩과 마을과 도시들은 모두 자연과 인간을 배반했고, 전통적 가치의 고귀함을 굴착기로 퍼다 버렸으며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의 편이 아닌 공간에 강제 수용되어 있다는 탄식이 그 무성한 논의의 요점인 듯 하다. 비바람 피할 아파트 한 칸을 겨우 마련하고나서, 한평생의 월급을 쪼개서 은행 빚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속에 찬바람이 분다. 마소처럼, 톱니처럼 일해서 겨우 살아가는 앙상한 생애가 이토록 밋밋하고 볼품없는 공간속에서 흘럿간다. 그리고 거기에 갇힌 사람의 마음도 결국 빛깔과 습기를 잃어버려서 얇고 납작해 지는 것이리라. 아파트에는 지붕이 없다. 남의 방바닥이 나의 천장이고 나의 방바닥이 남의 천장이다.... 김훈의 자전거여행 중에서 문득 ..

2011. 2. 1. 22:49

까치까치 설날

꽉꽉 차들로 메워진 중부내륙고속도로 이리저리 차머리를 내밀어보며 안간힘을써도 뾰족한수가 없다. 마음은 벌써 고향인데 ^^ 도로위에 다른 이들 모두 같은 마음일테니 푸근하게 맘먹고 느릿느릿 '고속'도로를 달리 수 밖에 일찍 나선 퇴근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에도 설날은 이미 찾아왔다. 마을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아주머니, 옆에 서있는 아들은 뭔가 기분좋은 일이라도 있는듯 수다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어색한 듯한 신발이 새신발이다. 새신을 신고 뛰어볼까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을 듯 그맘때 설빔만큼 설날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있을까. 고속도로가 고속도로가 아니어서 잔재주를 부려 국도로 나서본다. '상주곶감'이라고 고장 특산물을 알리는 광고판이 크게 눈에 들어온다. 올해는 날씨가 나빠 농작물의 소출이 좋지 않..

2011. 1. 29. 12:29

from time to time

창밖엔 한강철교, 영등포의 남은 잔상 귓가엔 owl city의 rainbow veins 난 거꾸로 앉은채 시속 300km로 달려가고 그렇게 달리며 인터넷을 한다 별일 아닌 일이기도 하지만, 30년전만해도 상상이나 했을까? 통계조사를 위해 기업체에 전화할때에도 교환수를 통해야해서 하루 열군데를 하면 다행이었다는 얘기. 공문 발송을 하려면 실크스크린(등사기)에 직접 글을 새겨 롤러로 밀어서 밤새 찍어야 했고, 처음으로 사무실에 들인 컴퓨터는 10평이 넘는 사무실을 가득 채웠지만 지금의 아이폰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능이었다는데.. 그게 불과 30년전이었다 그 당시에는 아무도 그들의 세대에서 집마다 차를 갖게되는 일은 있으리라 생각지도 않았고, 인터넷은 개념조차 없었다. 그러니 지금 거꾸로 시속 300km의 속도..

2011. 1. 28. 01:58

셋째날

여기서부터는 벨기에, 브뤼셀로 넘어가는 중간에 현지에서 운전을 해주던 벨기에인 비토(??)의 권유로 브리히라는 곳으로 향했다. 브뤼지라고 읽기도 하고, 어쨌든 지명은 여전히 헷갈리지만 벨기에의 베니스라고 불릴만큼 아름다운 곳. 처음에는 원래 일정에 없는 곳이기도 하고, 사전조사도 하지 않은 곳이어서 망설였지만 가지 않았더라면 정말 후회했을 듯. 그만큼 아름다운 곳이고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서 그런지 벨기에의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포근한 분위기랄까. 일단 둘러보기전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니까...^^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노천에서 먹을까 했지만...그러다간 우리가 익을 만큼 따가운 햇볕탓에 안으로.. 일단 시작은 거칠은 호밀빵. 와인이 빠질 수 없고.. 간단한 샐러드 멋진 웨이터분이 빵을 보는 앞에서 서걱서걱 ..

2011. 1. 27. 00:53

둘째날

열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에도 불구하고, 알콜베버리지에 대한 학구열을 불태우며 과감히...첫날밤부터 전사. 종목은 당시에는 생소했던, 지금도 낯설기는 매한가지인 와인을 마셨는데, 와인보다는 발냄새나는 치즈가 더 기억에 남았다. 이 치즈는 여행내내 우리와 함께했고, 떠날 즈음엔 이 녀석이 넘 그리워졌다. 다음날(기억이 맞다면..^^ 2006년 6월 27일) 아침 한국에선 종종 크림파스타로도 해장을 하고는 했지만, 그날만은 호텔에서 조식을 먹으며, 따뜻한 복어국이 어찌나 생각나던지. 그럼 네덜란드의 담광장과 그 주변 화훼시장 구경 잠깐.

질문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질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에 있다. ... 사회통념은 반드시 간단하고 편리하고 편안하며 안정적이어야만 한다. 비록 진리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물론 통념이 전부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하지만 사회 통념이 틀렸을지도 모르는 부분을 알아차리는 것, 이기적이고 조잡한 사고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은 좋은 질문을 제기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 괴짜경제학, 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 中에서- 확률과 통계, 무의미한 숫자의 나열로만 보이는 여러 수치들의 더미 속에서 통념을 통렬하게 부수는 숨겨진 이면을 밝혀내는 것만큼 매력적인 일은 드물다. 하지만, 그 시작은 어찌보면 단순하다. 조금 비틀어보기 정도. 그건 원래 그래.라는 대답대신 그건 왜?라는 물음을 던지는 통찰력 그리고 일반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