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까치 설날



꽉꽉 차들로 메워진 중부내륙고속도로
이리저리 차머리를 내밀어보며 안간힘을써도 뾰족한수가 없다.
마음은 벌써 고향인데 ^^
도로위에 다른 이들 모두 같은 마음일테니 푸근하게 맘먹고 느릿느릿 '고속'도로를 달리 수 밖에

일찍 나선 퇴근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에도 설날은 이미 찾아왔다. 마을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아주머니, 옆에 서있는 아들은 뭔가 기분좋은 일이라도 있는듯 수다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어색한 듯한 신발이 새신발이다. 새신을 신고 뛰어볼까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을 듯 그맘때 설빔만큼 설날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있을까.

고속도로가 고속도로가 아니어서 잔재주를 부려 국도로 나서본다. '상주곶감'이라고 고장 특산물을 알리는 광고판이 크게 눈에 들어온다. 올해는 날씨가 나빠 농작물의 소출이 좋지 않다는데 곶감도 그렇단다.
어렸을적 할머니댁에 가면 단감이 참 맛있었는데. 어떻게 하시는건지는 지금도 당최 모르겠지만 떫은 감을 아랫목에 묻어두면 거짓말처럼 떫은 맛이 사라지고 사각거리고 달달한 단감이 되었다. 홍시는 또 그것대로 맛났다. 홍시가 열리는 감나무와 단감이 열리는 감나무는 종류가 틀린줄 알았더랬다. 최근에야 알았지만 단감을 넣어둔 상자에 카바이트라는 약품을 뿌려두면 홍시로 변한다고 하니 다른 종은 아닌가보다. 다만 자연의 숙성을 약품으로 재촉할 수 있다는 게 좀 씁쓸하다.
아마 제대로 익은 홍시는 까치만 먹을수 있을 것 같다.

설날이면 할머니댁에서 아궁이에 구워먹던 고구마랑 감자도 빠질수 없다. 오랫만에 모인 사촌동생들과 옹기종기모여 굽는 재미 절반 먹는 재미 절반, 목마르면 동치미국물해서 먹다보면 날밤을 까기 일쑤다. 한해는 집안에 어른들이 옆미을에 인사가신 동안 고구마 반가마니쯤 먹은적도 있었다. 고구마는 어차피 애들 먹으라 내놓은 곳이어서 별 상관없었지만 사단이 난 곳은 의외의 장소. 고구마 굽느라 밤새 아궁이에 불 지핀 덕분에 방방이 장판들이 타버린 것 ^^ 여전히 그 집은 고향마을 초입에 예전과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서 있지만 집주인이 바뀌어 아쉽다.

오늘안에 고향에 도착할까마는 내일은 까치까치 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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