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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뿔

지난 주말 고뿔이 어깨를 툭 치고 갔다. 봄을 맞아 길가에 흐드러진 개나리마냥 이내마음도 흐드러지게 풀어진 틈을 타 불청객이 온 것이다. 글자 그대로 '放心'한 것이다. 꽃이 피듯 마음이 피어난 것 뿐인데 호되게 앓았다. 어디론가 가는 길, 어느새 무채색이었던 풍경들은 파스텔톤의 옷으로 갈아입는 중이다. 아득한 곳의 풍경들은 내가 지나온 길의 뒷편으로 멀어졌고, 멀어짐과 동시에 내 마음에 들어왔다. 가만히 들으면 퐁!퐁! 팝콘 터지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벚나무들과 이제는 요란했던 과거만 남긴채 흩어진 목련의 아래둥치, 그 꽃잎들과 노란색이 초록빛으로 바뀌어 가는 개나리들.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읽으니 힘차게 페달을 밟아 섬진강을 거슬러 가고 싶고,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는 지리산이 다시 그리워지게 한..

오늘 우리말 찾기 놀이

ㄱ.강종-거리^ {자} (짧은 다리를 모으고) 자꾸 솟구어 뛰다. 상끗하^. ㄷ.서름-하^ {형} ① 가깝지 못하고 서먹하다. ¶ [갑숙이는 점두록 서름한 태도로 자기를 꺼리는 모양 같다.(이기영-고향)] ② (사물에) 익숙하지 못하다. ㄹ.구뜰-하^ {형} (음식이) 그럴듯하게 구수하다. ¶ [“해정으로 술이나 한잔 잡수시오.” 하며 들고 들어오던 술상을 앞에다 내려 놓는데 구뜰한 국 냄새에 비위가 어찌 동하는지(김용준-黃金塔)] 구뜰-히 {부} ㅁ.실긋-하^² {형} 한쪽으로 배뚤어져 있다. >살긋하^, 샐긋하^². ㅂ.첫-밗 {명} ① 맨 처음 벌어진 상황. 처음 국면. ¶ [시어머니만은 무식한 구식 늙은이가 딱장대 같지마는 제살이나 다름없다 하여 기를 쓰고 조카딸을 들여앉힌 것인데, 첫밗에부터 고..

2011. 2. 22. 10:29

아래한글에서 찾은 봄

얼마전 다녀온 갑사 용문폭포. 꽁꽁 얼어붙은 물결아래 가만히 귀 기울이면 들린다. 졸졸졸 봄이 흐르는 소리가. 어쩌면 봄은 사라졌다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거기 그렇게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 바쁘게 자판을 두들기며 문서를 작성하다가 '봄'을 찾았다. 자그마한 모니터 안에 '봄'이 보여서 왠지 설레었다.

2011. 2. 16. 01:01

바텐더.

어른이 된다는 것.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말을 찾는 것. 어째서 사람은 일을 하는가. 그건 여러가지 어른의 마음을 갖기 위해서... 절망하지 않는 영혼. 믿음의 힘.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겸허함. 누군가 자신을 필요로 해줄 때의 기쁨. 친절과 배려. 우정과 격려. 그리고 결코 돈과 지위로는 증명할 수 없는 긍지. 위스키 만들기 그리고 사랑. 위스키의 시작. 맥아. 보리를 물에 담궈 발아시킨 것. 온화하면서 진득하게 시간을 들이는 어른의 연애 여기에 필요한 건 신념과 노력과 진정한 애정... 피트로 충분히 건조한 보리를 빻아 뜨거운 물을 더해 저어주면 디아스타제 작용에 따라 전분이 맥아당이라는 당분으로 변신. 싹이 트는 사랑의 시작. 맥아당을 여과해서 식힌 뒤 효모를 넣으면 발효에 의해 알코올로. 이 시..

2011. 2. 16. 00:30

박사가 사랑한 수식(博士の愛した数式)

Auguries of Innocence William Blake 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며) 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And Eternity in an hour. (한 순간 속에서 영원을 보라.) 박사가 정말 사랑한 것은 무엇이었나. 80분의 기억 밖에 남지 않지만, 그 너머의 영원을. 오일러의 공식이 어렵고 복잡한 삼각함수를 쉬운 지수함수로 설명케 하는 것처럼, 영원을 찰나로 쪼개어 삶을 바라보는 것. 아래 그림처럼 오일러의 등식은 딱히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