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뿔
지난 주말 고뿔이 어깨를 툭 치고 갔다.
봄을 맞아 길가에 흐드러진 개나리마냥 이내마음도 흐드러지게 풀어진 틈을 타 불청객이 온 것이다.
글자 그대로 '放心'한 것이다.
꽃이 피듯 마음이 피어난 것 뿐인데 호되게 앓았다.
어디론가 가는 길, 어느새 무채색이었던 풍경들은 파스텔톤의 옷으로 갈아입는 중이다.
아득한 곳의 풍경들은 내가 지나온 길의 뒷편으로 멀어졌고, 멀어짐과 동시에 내 마음에 들어왔다.
가만히 들으면 퐁!퐁! 팝콘 터지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벚나무들과 이제는 요란했던 과거만 남긴채 흩어진 목련의 아래둥치, 그 꽃잎들과 노란색이 초록빛으로 바뀌어 가는 개나리들.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읽으니 힘차게 페달을 밟아 섬진강을 거슬러 가고 싶고,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는 지리산이 다시 그리워지게 한다.
내가 가지 못할 곳, 닿을 수 없는 곳의 이야기들은 그럼으로 인해 나를 더 애닳게 한다.
그곳은 어쩌면 영영 가지 못할 곰스크일지도 모르겠다.
약을 먹고 누웠던 지난 밤 땀을 한바가지는 흘린 것 같았다.
몸살의 어원이 '몸을 살린다'라고 하는데
소중한 주말을 그렇게 보낸 아쉬움을,
덕분에 또 한해 살아난 몸으로 살게 되었다고 위로했다.
그리고 그렇게 보낸 밤, 정말 당신이 있어줘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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