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디지털과 아날로그

평소와는 다른 길을 가보고 싶었다. 머리속으로는 이렇게 해서 ... 거기서 갈아타고... 음 그러면 되겠네 하고 버스를 탔더니 왠걸 ㅜㅜ 엉뚱한 곳에 내렸다 가려했던 목적지가 맞으면서도 아닌곳 이름이 하나이지만 그 크기가 아주 큰 곳 머 그런 경우다. 별거 아니었다. 보라매 공원이 맞긴한데 서쪽 입구와 동쪽 입구의 차이 정도. 그리 급할것도 없는 저녁시간이라 털래털래 걸어서는 공원을 가로질렀고, 버스를 갈아탔다. 뒷자리에 앉아서 늘 그렇듯 아이폰을 꺼내어 컷더로프를 했다. 그러자 옆자리에 앉아있던 중년의 아저씨가 먼가를 안주머니에서 꺼냈다. 조금 뒤에서야 보니 신문에서 오려낸 스도쿠. 이전까지 맞추던 숫자가 적혀있고, 갖고 다닌지는 꽤 되어서인지 꾸겨진 종이들. 그건 왠지 게임 같지 않았다. 그 머랄까 ..

고뿔

지난 주말 고뿔이 어깨를 툭 치고 갔다. 봄을 맞아 길가에 흐드러진 개나리마냥 이내마음도 흐드러지게 풀어진 틈을 타 불청객이 온 것이다. 글자 그대로 '放心'한 것이다. 꽃이 피듯 마음이 피어난 것 뿐인데 호되게 앓았다. 어디론가 가는 길, 어느새 무채색이었던 풍경들은 파스텔톤의 옷으로 갈아입는 중이다. 아득한 곳의 풍경들은 내가 지나온 길의 뒷편으로 멀어졌고, 멀어짐과 동시에 내 마음에 들어왔다. 가만히 들으면 퐁!퐁! 팝콘 터지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벚나무들과 이제는 요란했던 과거만 남긴채 흩어진 목련의 아래둥치, 그 꽃잎들과 노란색이 초록빛으로 바뀌어 가는 개나리들.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읽으니 힘차게 페달을 밟아 섬진강을 거슬러 가고 싶고,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는 지리산이 다시 그리워지게 한..

오늘 우리말 찾기 놀이

ㄱ.강종-거리^ {자} (짧은 다리를 모으고) 자꾸 솟구어 뛰다. 상끗하^. ㄷ.서름-하^ {형} ① 가깝지 못하고 서먹하다. ¶ [갑숙이는 점두록 서름한 태도로 자기를 꺼리는 모양 같다.(이기영-고향)] ② (사물에) 익숙하지 못하다. ㄹ.구뜰-하^ {형} (음식이) 그럴듯하게 구수하다. ¶ [“해정으로 술이나 한잔 잡수시오.” 하며 들고 들어오던 술상을 앞에다 내려 놓는데 구뜰한 국 냄새에 비위가 어찌 동하는지(김용준-黃金塔)] 구뜰-히 {부} ㅁ.실긋-하^² {형} 한쪽으로 배뚤어져 있다. >살긋하^, 샐긋하^². ㅂ.첫-밗 {명} ① 맨 처음 벌어진 상황. 처음 국면. ¶ [시어머니만은 무식한 구식 늙은이가 딱장대 같지마는 제살이나 다름없다 하여 기를 쓰고 조카딸을 들여앉힌 것인데, 첫밗에부터 고..

2011. 2. 22. 10:29

아래한글에서 찾은 봄

얼마전 다녀온 갑사 용문폭포. 꽁꽁 얼어붙은 물결아래 가만히 귀 기울이면 들린다. 졸졸졸 봄이 흐르는 소리가. 어쩌면 봄은 사라졌다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거기 그렇게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 바쁘게 자판을 두들기며 문서를 작성하다가 '봄'을 찾았다. 자그마한 모니터 안에 '봄'이 보여서 왠지 설레었다.

2011. 2. 11. 00:55

아파트에 누우며

...개항이래 이 나라에 건설된 주택과 빌딩과 마을과 도시들은 모두 자연과 인간을 배반했고, 전통적 가치의 고귀함을 굴착기로 퍼다 버렸으며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의 편이 아닌 공간에 강제 수용되어 있다는 탄식이 그 무성한 논의의 요점인 듯 하다. 비바람 피할 아파트 한 칸을 겨우 마련하고나서, 한평생의 월급을 쪼개서 은행 빚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속에 찬바람이 분다. 마소처럼, 톱니처럼 일해서 겨우 살아가는 앙상한 생애가 이토록 밋밋하고 볼품없는 공간속에서 흘럿간다. 그리고 거기에 갇힌 사람의 마음도 결국 빛깔과 습기를 잃어버려서 얇고 납작해 지는 것이리라. 아파트에는 지붕이 없다. 남의 방바닥이 나의 천장이고 나의 방바닥이 남의 천장이다.... 김훈의 자전거여행 중에서 문득 ..

2011. 2. 1. 22:49

까치까치 설날

꽉꽉 차들로 메워진 중부내륙고속도로 이리저리 차머리를 내밀어보며 안간힘을써도 뾰족한수가 없다. 마음은 벌써 고향인데 ^^ 도로위에 다른 이들 모두 같은 마음일테니 푸근하게 맘먹고 느릿느릿 '고속'도로를 달리 수 밖에 일찍 나선 퇴근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에도 설날은 이미 찾아왔다. 마을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아주머니, 옆에 서있는 아들은 뭔가 기분좋은 일이라도 있는듯 수다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어색한 듯한 신발이 새신발이다. 새신을 신고 뛰어볼까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을 듯 그맘때 설빔만큼 설날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있을까. 고속도로가 고속도로가 아니어서 잔재주를 부려 국도로 나서본다. '상주곶감'이라고 고장 특산물을 알리는 광고판이 크게 눈에 들어온다. 올해는 날씨가 나빠 농작물의 소출이 좋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