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헤더, 로버트, 콜린

로버트의 물리학 수업을 듣는 헤더, 그녀는 어쩐 일인지 모든 수강생이 포기한 시험에 끝까지 남아

시험지를 제출한다. 로버트는 그런 그녀를 집으로 초대해 차를 함께 마신다.

이후 둘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 주로 물리학 얘기를 그리고 가끔 일상에 관한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 시간을 통해 헤더는 여태껏 경험하지 못했던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헤더에겐 콜린이라는 남자친구가 있다. 의대생에 수영선수이기도 한 콜린은 세상에서 '로버트'인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의 합이다.

자신만만하고, 세상에 거침없고, 육체적인 성숙, 한여름 태양빛에 거슬린 피부까지, 그녀는 자연스럽게 콜린과의 미래를 그려보고,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동시에 일주일에 한번 로버트와의 만남을 이어갔다.

헤더와 로버트 사이에는 특별한 육체적 관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연모의 마음을 표현한 적도 없다. 하지만 헤더는 로버트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어떠한 형태의 사랑인 것을 알고 있으며, 로버트 또한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어느날 저녁 로버트의 제안으로 바에 들렀던 헤더는 스카치 몇잔에 로버트의 손을 잡았고, 콜린이 그 모습을 보게 된다. 로버트는 그 순간 흔들리는 헤더의 눈빛에서 곤혹스러움을 읽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콜린은 많은 것을 묻지 않았다. 그저그런 남자들이 궁금해하는 것 일반적인(?) 것 외에는. 그리고

단지 다시 만나지 않겠다는 다짐만을 원했다.

그 후 헤더는 로버트의 아파트를 찾아가지 않았고, 콜린과 결혼하여 보스턴을 떠나게 되었다.

의사의 부인으로써 살아가는 시간 동안 자연스레 로버트와의 시간은 잊혀졌고, 헤더 자신이나 콜린 둘 중에서 누구도 그 얘길 꺼낸 적은 없다.

그러나, 콜린의 병원 행사에서 우연히 듣게된 로버트의 죽음에 헤더는 놀란다.  그리고 그날 밤 헤더는  정원으로 나가 통곡한다. 그 울음을 콜린이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는 알 수 없다.

헤더는 생각했다. 언제가 콜린이 처음으로 자신에게 들어왔을 때 느꼈던, 자신을 채워주는 듯한 느낌.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콜린이 모든 것을 채워줄 순 없었다. 콜린도, 로버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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