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절망+언젠가는



 Requiem For A Dream O.S.T 중에서 Lux Aeterna(영원한 빛)

 

흙의 절망 / 조은

 

아주 어렸을 때도 나는

소리 내 울지 않았다고 한다

한 아이 손을 잡고 한 아이를 업고 시장 갔던 엄마가

방에 뉘어놓고 온 내 걱정에 허둥지둥

대문을 열 때도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단다

배가 고플 텐데 울지도 않는 어린것에게

고마워하며 저녁을 지을 때도

아이는 잠잠했단다

그러다 문득 이상해 달려가 보면

아이는 베개잇을 흥건히 적시며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단다

 

나는 태어나자마자 절망했다!

발버둥치고 패악을 부렸지만 바꾸지 못한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태어났다

+

언젠가는 / 조은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리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책+영화+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웃라이어  (0) 2013.02.27
어떤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시나요?  (0) 2013.02.26
산울림의 청춘  (0) 2012.02.23
Norwegian Wood  (0) 2012.02.16
채링크로스84번지  (0) 2011.12.01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