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큐팔사

 


문득 바라본 하늘에 두개의 달은 없었다.
이제서야 차오르기 시작하는 손톱만큼의 달이 이른 저녁 어스름 속에 머물다 기껏 밤이 되어서는 서쪽으로 사라졌다.
여명과는 다른 해질 무렵의 서쪽하늘엔 밝게 빛나는 띠모양의 달 그리고 보이진 않지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어두운 월면이 있었다.
어쩌면 두번째의 달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 떠올라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경로로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아주 작은 확률로 두번째의 달이 있을 것 같음을 내 몸속 깊은 곳 어딘가에선 느끼는 것만 같다.
그럴 것 같지만 어쨌든 알 수 없는 그런 단어들로만 여기를 채우는 것.무의미할지도 모르겠다.
내 말은 그저 있을 '것'같다는 것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설명할 수는 없다.
'설명을 안해주면 그걸 모른다는 건, 말하자면 아무리 설명해줘도 모른다는 거야..'
내가 1984년을 살아가는 것인지, 1Q84년을 살아가는 것인지는 그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다.
일반적인 인식의 방법을 너머, 그 경계가 있고, 그 경계를 가르는 선은 마음으로만 볼 수 있다.
'자네가 그 세계를 믿지 않는다면, 또한 그곳에 사랑이 없다면, 모든 건 가짜에 지나지 않아. 어느 세계에 있건, 어떠한 세계에 있건, 가설과 사실을 가르는 선은 대개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아. 그 선은 마음의 눈으로 보는 수밖에.'
다만 불확실한 것들 속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이제부터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거야. 그것이 어떤 구조를 가진 세계인지, 어떤 원리를 바탕으로 움직이는지, 그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곳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지 예측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거기에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건 그는 달이 두 개 있는 이 세계를 살아가고,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을 찾아낼 것이다. 이 온기를 잊지 않는다면, 이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어찌 되었든 참 불편한 소설이다.

1Q84 3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 양윤옥역
출판 : 문학동네 2010.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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