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에 관한 실없는 생각

담....이라고 검색했더니 이런 그림 밖에는 ㅡ,.ㅡ


담에 걸렸다.
이게 생전 걸려 본적이 없다가 한번 걸리니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지난 주 주말은 목의 가동 범위가 좌우 30도 상하 15도 ...이러니 어딜 나갈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책보기도 만만치 않고, 무료함에 티비만 봤더니 어깨가 더 굳어버렸다.
주위 사람들의 권유에 한의원에 갔더니, 신기하게도(담이 풀린건 아니고) 발에 침을 놓더라는.
왼쪽 발등, 무릎 아래 그리고 오른쪽 손등에 침을 놓고는 좀 풀리는 것 같냐고 침을 놓을 때마다 담당의사가 물었다.
전날 밤 너무 아파 씻지도 않고 잤던 기억과 발냄새가 만만치 않으리라는 생각이 갑자기 났다. 그런 발을 붙잡고 이리저리 침을 놓고 있는 의사의 물음에 조금 나아지는 것 같노라고 애써 대답했지만, 사실 그닥 호전의 기미는 안보였다.
어쨌든 넘 무리해서 운동하지 말라는 충고와 격한 운동으로 인한 근육의 수축상태가 이완되지 않아서 그렇다는 원인을 듣고는 돌아섰다.

몸에 좋으라고 운동했더니 오히려 독이 된거다.
늦은 시간 퇴근해서 쫓기듯 운동한 결과라고나 할까.
보디빌딩에 정통한 친구의 얘기로는 웃으며 운동할 때, 근육의 상태와 인상쓰고 할 때 상태가 틀리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몇번 같이 피트니스 센터에 따라간 적이 있는데, 실제 그 친구는 실실~~웃으면서 운동했던 기억이..ㅡ,.ㅡ
그렇다고 운동도 실실~하는 친구는 아니다.
대학교 1학년 무렵인가......친구 녀석이 동네 체육관에서 혼자 운동중, 동네 은둔 고수(헬스 매니아 아저씨)들에게 간택받아서 지역 보디빌딩 대회까지 갔던 화려한 전적이 있다. 그 당시 같이 술이라도 먹을라치면 고수들로부터 알콜은 근육의 적이라는 둥, 안주꺼리의 지방이 어떻게 몸에 축적되는지에 대한 설명까지... 갖은 협박과 회유, 그리고 달걀로 최종단계에서 160kg(일반적으로 피트니스 센터 벤치프레스는 160kg까지 있는 곳이 없다. 사람이 들 만한 무게가 아니기에)을 벤치프레스로 들었던 녀석이다.

그래...맞어~~여유있게 설렁설렁 웃으며 해야 할 운동을 무슨 쌓인 한이라도 풀듯 치달았으니 몸에서 놀란게다.

목에서 어깨까지 담이 걸리고 나니 제일 곤욕스러운게 세수.
아예 포기다.
차라리 샤워기로 세수해야 될 때마다 샤워하는게 속편하다.
그런데 오늘도 세수 아닌 샤워를 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옛날 아주 그 옛날에도 나 처럼 무식하게 운동을 해대던 사람이 있었겠지. 아마도 책이나 파고드는 서생들은 아닐테고, 무관시험 볼 량으로 동네 어귀에서 돌도 들고, 뜀박질하던 그런...
그 중에선 나처럼 담이 걸리는 사람도 있었을 테고.
그 땐 세수는 어떻게 했을래나...ㅋㅋ 샤워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고생깨나 했겠다....싶었다.
그렇게 담에 걸려 동네를 돌아다니면 욕도 많이 먹었을게다. 젊은 놈이 목이 뻣뻣~~하다고. 동네 어른들 입모아 한마디씩 했겠지.
그런 생각에 실없이 한번 웃었다.
그나마 샤워기가 있어 얼마나 다행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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