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주말
월..화..수..목..금..이렇게 지나고 나면 편안하게 휴식만 취하고 싶은 맘이 간절하지만, 한편으론 보지 못했던 친구들도 만나고, 약속에 쫓겨 거절했던 선배들과 술도 한잔 나누고 싶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어느새 휴식은 저만치 날라가고, 늘어가는 다크서클, 줄어가는 통장잔고.
그래서 이번주는 정말 재미없는 주말을 보내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 느지막하게 일어나 맥도날드 런치세트를 먹으러 갔다. \3,500원.. 머 이정도면 훌륭하다. 몸에 해롭니, 정크푸드니 해도 가끔 이게 정말 땡길 때가 있다. 크리스피 도넛처럼. 그리곤 맥도날드 매장위에 있는 서점으로 향했다. 랜디포시의 마지막 강의라는 책을 구입할까 하는 생각에 들렀었는데,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가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미하엘 엔데의 '모모'가 눈에 들어왔다. 제일 좋아하는 두권의 동화책..하면 어린왕자와 모모. 그 자리에서 '모모'의 마지막 부분을 읽어갔다. ^^ 언제봐도 재밌더라는. 호라박사가 잠들고 세상을 구하려는 카시오페이아와 모모의 활약!! 대충 끝부분을 읽고는 원래 사려던 책은 까맣게 잊고 나와버렸다. 머..어차피 밀린 책도 많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요즘 좀 뜸했다 싶어 동네 만화방에 들렀다. '산'이라는 만화를 봤다. 산포라는 주인공이 산악구조대로 인명을 구조하는 활약상을 그린 만화.
어제 본건 5권과 6권.
에피소드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50대에 퇴직한 어느 아저씨가 핸드드롭 커피샵을 열었다. 하지만 장사가 그리 잘 되진 않았나보다. 자신만의 브랜드 커피를 찾기위해 산을 올랐다. 그리곤 조난되고, 주인공 산포가 구한다. 눈에 갇혀 꽁꽁언 얼음을 깨서 마시는 한잔의 인스턴트 커피속에서 먼가를 깨닫는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산이란 묘하다. 나 역시 산을 좋아한다. 대학교 때부터 이곳 저곳 산을 다니다보니, 친구들에게선 애늙은이 같다는 소린 들었지만 그 땐 그게 좋았다. 숨이 턱턱 막힐 듯 기어올라갈 땐 죽을 것 같지만, 그곳엔 내가 찾는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았다. 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찾기 위해 그곳에 오른다. 하지만 그곳에 가면 늘 정답이란게 없더라. 그래서 생각했다.
모두가 각자의 정답을 가슴속에 이미 가지고 있다고. 다만 복잡한 세상속에선 자신을 마주하지 못할 뿐, 산이란 그렇게 순수하게 자신을 마주하게 해 줄 뿐이다.
그러고 나선 숙소로 돌아오는데 날씨가 너므..좋더라. 너므 좋아서 하늘로 뻗은 구름들을 보며 하마트면 우울해질 뻔 했다. 너무 좋고, 너무 아름다운 것들은 가끔 사람의 넋을 빼놓는다. 저녁엔 아예 안 나올 생각으로 주전부리 몇가지를 싸들고는 조금 걸었다. 애자일님의 블로그에서 걷기와 관련된 수학자의 일화를 읽은 기억이 있다.(지식노동자들이 잊고 있는 것, 운동) 포앙카레라는 수학자인데, 그는 자신만의 문제 해결법을 갖고 있었다. 그 방법이 바로 산책이다.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길을 걸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고하는 행위와 걷는 행위를 동일시 여기는 것이다. 두뇌가 우리 사고의 중추를 맡고 있지만 그러한 연산작용이 발생할 때까지 갖춰야 할 백데이터들은 다양한 감각기관 아니. 우리 온 몸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을 고려할 때 이는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내 발밑을 스치는 자갈의 도드라짐과 귓가의 바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있을 것 같은 가을의 냄새들이 뇌를 자극하는 거겠지.....이런 생각들을 하며 걸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때마침 두둥..삼성 vs 두산 야구경기가 한참 중계중이었다. 2승이면 가을잔치 초대장을 거머쥘 수 있는 중요한 시합이었는데 맥없이 져버렸다. 몇가지 불운, 타격부진이 겹쳐진 결과였다. 가을에도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남은 경기를 기대해 볼 수 밖에, 그건 그렇고 참 올해 삼성은 용병운이 없다. 오버뮬러는 일찌감치 넉 아웃, 그 대신 영입한 톰션은 션하게 5경기쯤 말아먹어주시고, 어제 선발도..ㅡㅜ
기분도 그렇고해서 운동을 좀 했다.
몇년전 선배따라 덜컥 구입했던 인라인을 얼마전 들고왔는데 그걸 챙겨들고 털래털래 숙소를 나섰다. 알아보니 주변에 울산대공원이라고 인라인 탈 만한 곳이 있더라는, 다행히 밤이 늦어서인지 붐비지 않아서 수월했다. 사람들이라도 많았다면 별 볼일 없는 내 실력에 접촉사고가 두려워 타보지도 못했을 듯 싶다.
그건 그렇고 울산에 온지 1년이 가까워가는데 아직 모르는 곳이 너무 많다. 조금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면 꽤 괜찮은 곳이 많은 것 같은데 주말이면 후다닥 떠나기 바쁘다 보니 앞으론 시간 되는대로 여기 저기 둘러봐야겠다는 생각도 좀 했다.
마지막 일정은 제5회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
사실 이건 페스티벌 기간중인지도 몰랐다. 이래 저래 채널을 돌리다보니 딱 걸렸다.
어제 본건 "접시안테나" 이란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인데 볼만했다. 이란은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대부분의 미디어에 통제를 가하고 있는데, 우리 예전 모습을 보는 것 같더라.
그런데 좀 웃긴게, 이런 규제를 피할려고 하는 이란국민들과 경찰들의 술래잡기가 눈감고 아웅이라고 해야하나. 밤마다 위성TV를 설치하는 기사들이 경찰들 눈을 피해 설치하고, 경찰은 다시 집집마다 옥상에 세워진 접시안테나를 떼어낸다.
방송에 우리나라로 치면 경찰청장쯤에 해당하는 사람이 나와서 위성방송을 보는 건 불법이라고 마치 범죄와 전쟁이라도 치루듯 얘기하지만 카메라에 비친 집집마다 접시안테나가 없는 곳을 찾기 힘들다. 결국 접시안테나는 외부와의 소통을 원하는 이란국민들의 열망을 나타내는 상징같았다.
코란에 위반되기 때문에, 외설적이기 때문에, 그리고 정치적인 이유로 제한받는 그들의 열망이 머지않아 저 접시안테나들을 통해 해갈되기를 바랬다.
이렇게 해서 ....재미없는 하루가 끝. 정말 재미없다. ㅋㅋ ^____^
그래서 이번주는 정말 재미없는 주말을 보내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 느지막하게 일어나 맥도날드 런치세트를 먹으러 갔다. \3,500원.. 머 이정도면 훌륭하다. 몸에 해롭니, 정크푸드니 해도 가끔 이게 정말 땡길 때가 있다. 크리스피 도넛처럼. 그리곤 맥도날드 매장위에 있는 서점으로 향했다. 랜디포시의 마지막 강의라는 책을 구입할까 하는 생각에 들렀었는데,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가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미하엘 엔데의 '모모'가 눈에 들어왔다. 제일 좋아하는 두권의 동화책..하면 어린왕자와 모모. 그 자리에서 '모모'의 마지막 부분을 읽어갔다. ^^ 언제봐도 재밌더라는. 호라박사가 잠들고 세상을 구하려는 카시오페이아와 모모의 활약!! 대충 끝부분을 읽고는 원래 사려던 책은 까맣게 잊고 나와버렸다. 머..어차피 밀린 책도 많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요즘 좀 뜸했다 싶어 동네 만화방에 들렀다. '산'이라는 만화를 봤다. 산포라는 주인공이 산악구조대로 인명을 구조하는 활약상을 그린 만화.
어제 본건 5권과 6권.
에피소드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50대에 퇴직한 어느 아저씨가 핸드드롭 커피샵을 열었다. 하지만 장사가 그리 잘 되진 않았나보다. 자신만의 브랜드 커피를 찾기위해 산을 올랐다. 그리곤 조난되고, 주인공 산포가 구한다. 눈에 갇혀 꽁꽁언 얼음을 깨서 마시는 한잔의 인스턴트 커피속에서 먼가를 깨닫는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산이란 묘하다. 나 역시 산을 좋아한다. 대학교 때부터 이곳 저곳 산을 다니다보니, 친구들에게선 애늙은이 같다는 소린 들었지만 그 땐 그게 좋았다. 숨이 턱턱 막힐 듯 기어올라갈 땐 죽을 것 같지만, 그곳엔 내가 찾는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았다. 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찾기 위해 그곳에 오른다. 하지만 그곳에 가면 늘 정답이란게 없더라. 그래서 생각했다.
모두가 각자의 정답을 가슴속에 이미 가지고 있다고. 다만 복잡한 세상속에선 자신을 마주하지 못할 뿐, 산이란 그렇게 순수하게 자신을 마주하게 해 줄 뿐이다.
그러고 나선 숙소로 돌아오는데 날씨가 너므..좋더라. 너므 좋아서 하늘로 뻗은 구름들을 보며 하마트면 우울해질 뻔 했다. 너무 좋고, 너무 아름다운 것들은 가끔 사람의 넋을 빼놓는다. 저녁엔 아예 안 나올 생각으로 주전부리 몇가지를 싸들고는 조금 걸었다. 애자일님의 블로그에서 걷기와 관련된 수학자의 일화를 읽은 기억이 있다.(지식노동자들이 잊고 있는 것, 운동) 포앙카레라는 수학자인데, 그는 자신만의 문제 해결법을 갖고 있었다. 그 방법이 바로 산책이다.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길을 걸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고하는 행위와 걷는 행위를 동일시 여기는 것이다. 두뇌가 우리 사고의 중추를 맡고 있지만 그러한 연산작용이 발생할 때까지 갖춰야 할 백데이터들은 다양한 감각기관 아니. 우리 온 몸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을 고려할 때 이는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내 발밑을 스치는 자갈의 도드라짐과 귓가의 바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있을 것 같은 가을의 냄새들이 뇌를 자극하는 거겠지.....이런 생각들을 하며 걸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때마침 두둥..삼성 vs 두산 야구경기가 한참 중계중이었다. 2승이면 가을잔치 초대장을 거머쥘 수 있는 중요한 시합이었는데 맥없이 져버렸다. 몇가지 불운, 타격부진이 겹쳐진 결과였다. 가을에도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남은 경기를 기대해 볼 수 밖에, 그건 그렇고 참 올해 삼성은 용병운이 없다. 오버뮬러는 일찌감치 넉 아웃, 그 대신 영입한 톰션은 션하게 5경기쯤 말아먹어주시고, 어제 선발도..ㅡㅜ
출처 : http://cafe.daum.net/Ulsanric/GLui/28
몇년전 선배따라 덜컥 구입했던 인라인을 얼마전 들고왔는데 그걸 챙겨들고 털래털래 숙소를 나섰다. 알아보니 주변에 울산대공원이라고 인라인 탈 만한 곳이 있더라는, 다행히 밤이 늦어서인지 붐비지 않아서 수월했다. 사람들이라도 많았다면 별 볼일 없는 내 실력에 접촉사고가 두려워 타보지도 못했을 듯 싶다.
그건 그렇고 울산에 온지 1년이 가까워가는데 아직 모르는 곳이 너무 많다. 조금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면 꽤 괜찮은 곳이 많은 것 같은데 주말이면 후다닥 떠나기 바쁘다 보니 앞으론 시간 되는대로 여기 저기 둘러봐야겠다는 생각도 좀 했다.
마지막 일정은 제5회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
사실 이건 페스티벌 기간중인지도 몰랐다. 이래 저래 채널을 돌리다보니 딱 걸렸다.
어제 본건 "접시안테나" 이란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인데 볼만했다. 이란은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대부분의 미디어에 통제를 가하고 있는데, 우리 예전 모습을 보는 것 같더라.
그런데 좀 웃긴게, 이런 규제를 피할려고 하는 이란국민들과 경찰들의 술래잡기가 눈감고 아웅이라고 해야하나. 밤마다 위성TV를 설치하는 기사들이 경찰들 눈을 피해 설치하고, 경찰은 다시 집집마다 옥상에 세워진 접시안테나를 떼어낸다.
방송에 우리나라로 치면 경찰청장쯤에 해당하는 사람이 나와서 위성방송을 보는 건 불법이라고 마치 범죄와 전쟁이라도 치루듯 얘기하지만 카메라에 비친 집집마다 접시안테나가 없는 곳을 찾기 힘들다. 결국 접시안테나는 외부와의 소통을 원하는 이란국민들의 열망을 나타내는 상징같았다.
코란에 위반되기 때문에, 외설적이기 때문에, 그리고 정치적인 이유로 제한받는 그들의 열망이 머지않아 저 접시안테나들을 통해 해갈되기를 바랬다.
이렇게 해서 ....재미없는 하루가 끝. 정말 재미없다. ㅋㅋ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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