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난폭해지는 세가지 이유.

그저께 저녁. 그러니까 금욜일 오후 18:30분쯤 난 집으로 가는 길 위에 있었다. 그리 크지않은..아니 하긴 광역시니까 나름 크긴 크지만.어김없이 오늘도 교통체증이 가는 내 발걸음을 무겁게 붙잡았다.
그나마 다행인건..."안녕하세요~~배~철숨다"..라며 흘러나오는 라디오속 목소리와 왼쪽편으로 스믈스믈 넘어가는 석양. 쵸큼 후덥지근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최고 연비를 기록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저번주 부터 에어컨엔 손도 대지 않고 있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마저 거리를 메운 자동차들의 매연으로 매캐하다.
불쑥 옆차선의 차한대 다짜고짜 내게 들이댄다.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으며, 그 차를 본다. 물론 까맣게 선팅된 내부가 보일리도 없지만..보기에 편도2차선 중에 내쪽이 더 잘 빠지는 것 처럼 보였나 보다. 깜빡이는 엿장수 줘버렸나..속으로 빈정대며 따라가다..여전히 이쪽저쪽 얌체처럼 왔다리 갔다리 하는 꼴을 보니 속이 상했다. 모야 쟤ㅡ,.ㅡ
 종종 우린 화장실 가기전과 갔다온 뒤가 틀린 것처럼 차를 운전할 때와 운전하지 않을 때가 확연히 차이나는 사람을 종종보게 된다. 이런 사람들의 심리적 상태에 대해 배철수 아저씨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밀폐된 공간내에서 교통체증 또는 과속 등의 상황은 체내에 과다한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시킨다. 이럴 경우 운전자의 시야는 마치 생애 첫 데뷔 경기에 나선 강백호처럼 '좁은 시야'를 가지게 된단다. 한마디로 뵈는게 없는거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인 도로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안절부절하게 된다는 얘기.

둘째, 익명성이다. 거리를 내달리는 차들은 그저 몇가지 숫자와 글자들의 조합으로 자기를 나타낼 뿐이다. 그 속에 내가 상대방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없다. 그 사람이 키가 큰지, 노약지인지, 임산부인지 아님 쾅!!하고 한번 쳐도 될 만큼 고약한 정치인인지..익명성은 사람간의 대면시 폭력성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아마도 그건 타고 난 거겠지..본증적으로 아주 그 예전에..서로가 창을 들고 수렵하던 때에 숲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은 곧 적이었을 테니 그런게 좀 남아있대도 이상할 것도 없다. 이러면 어떨까..차 뒤에다 LED 전광판을 하나씩 설치하는 거다. 그리곤 이렇게 출력한다. " 난..네 아버지의 8촌 쯤 되는 XX동 OO아파트 주민이야~~"(내 고향처럼 좁은 동네에선 사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이런 관계일 확률이 크다)

셋째, 차를 일종의 은신처로 느끼는 성향이다. 강철,유리 그리고 고무로 이뤄진 꽤나 튼튼한 자신만의 은신처. 그래서 누군가에게 해꼬지를 한대도 그 안에만 있으면 무사할 꺼 같은 그런 심리상태라는 건데. 사실 그렇다. 게다가 이 자동차라는 건 원래 이동수단인 만큼 내빼기도 쉽다. 요기까지가 철수 아저씨 얘기고

내 생각엔 몇가지 이유가 더 있다. 우선 자신에 대한 통제력.
대부분의 사회생활은 소수의 직업군을 빼곤 일상 생활의 상당 부분을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채 보낼수 밖에 없다. 직장 상사에게, 또는 고객에게, 해야 할 업무들, 처리해야 할 메일....루틴하게 지나가는 일상을 내 스스로가 통제하기 위해 우린 스스로의 혁신을 얘기하고, 많은 책들을 읽지만 그럼에도 사회라는 시스템에서 보내는 시간에 대해 난 완전하게 내가 통제하고 있는 시간이라 말하기 어렵다.
이런 상실됐던 통제력을 차를 통해 보상받고자 하는 심리도 없지 않을까..쓰고 보니 비약이 좀 심한 듯도 하다.

물론 난 위의 경우에 해당된다. 다행히도 거리를 질주하고, 아슬아슬하게 차선을 치고나가는 통제력 쪽이 아니라....어떻게 하면 연비가 좋아지고, 가능하면 브레이크 안 밝고, 신호등에 안걸리면서 조절하느냐가 관심사일 뿐...가끔 타이밍이 좋으면 포항에서 울산까지도 신호등 5-6번에 올 수 있다는 거.ㅎㅎ

에휴. 그나저나 이거 어느새 주말이 휘리릭~~블로그 이웃분들 한주 잘 보내세요~~ 

'짧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빨간전화  (14) 2008.09.26
이번 주말은 이러고 놀았다.  (12) 2008.09.22
잠이 들기전 30분...어떤 생각을 하세요?  (10) 2008.09.17
자가용보다 버스가 좋은 몇가지.  (12) 2008.09.06
....반했다.  (19) 2008.09.02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