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했다.


ㅋㅋ 어째 요즘 감정이 메말라 가는 듯 하네요. 일에 치이고 특히나 사람에게 치이는 일들이 많다보니....어떡하죠? 꼴 뵈기 싫어지는 사람들이 반가운 사람보다 급증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머 결국은 이런 것들이 날 좀 더 강하게 해줄것이라 믿지만 힘든건 힘든거네요.ㅡ,.ㅡ
이런 말랑말랑한 글이라도 보면서 위안삼아야겠어요.

내가 그녀에게 운동화를 사 주었다.
그걸 머리맡에 두고 흘끔흘끔 쳐다보느라 잠을 못 잤던 그녀
나는 그녀에게 반했다.

전화기 속 그녀는 나한테 화가 나 있었다.
그녀는 쉬지도 않고 계속 따졌다.
그런데 스윽 연습장 넘기는 소리가 났다.
"너 적어 놨니?" 물었더니 맞다고 했다.
그녀의 준비성에 반했다.

늦은 시간 집 앞에 찾아갔을 때 그녀는 집에서 입던 옷차림 그대로
화장기 없는 맨송맨송한 얼굴로 나왔다.
나만 볼 수 있는 그녀의 모습에 반했다.

작업하느라 밤을 꼴딱 새우고 다음날 눈을 떴더니 그녀가 있었다.
그녀의 눈부신 모습에 반했다.

이주일 아저씨가 된 그녀,"콩나물 팍팍 무쳤냐?"
나는 한 번만 더 해달라고 무릎 꿇고 빌었다.
그녀의 원초적 유머에 반했다.

노천 카페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을 흉보는데,
그녀와 내가 똑같은 걸 지적할 때 그녀의 독설에 반했다.

예쁜 발에 발찌가 매달려 찰랑거릴 때 그녀의 발에 반했다.

그녀와 설렁탕을 먹으러 갔다.
깍두기를 국물에 타 먹는 그녀를 보면서 그녀의 식탐에 반했다.

- 유희열 삽화집 "익숙한 그집앞" p.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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