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요지경

동네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우는 것은 뭔가 느슨한 듯 하면서도 난해함이 있다.

그 느슨함은 아마도 그 시간에 물속을 채우는 사람들의 모습일 것이다.

새벽6시 수업이면 꽤나 이른 시간인데도, 30명 정도는 꾸준히 출석한다.

어딜가든 사람구경하는게 취미라(수영장이라서 그런것을 절대 아니다.) 수영장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면 맘이 푸근하다. 그런데 이게 또 반전이 있더라.

할머니 한분이 꿀렁꿀렁거리는 아토즈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차에 타고 계실 땐 몰랐는데 내리시는 걸을걸이가 조금 불편했다. 머리는 여느 할머니들처럼 자글자글한 파마에 헐렁한 몸빼바지, 그리고 '마지막 승부'에나 나올법한 롱패딩을 입으셨다. 한손에는 목욕바구니에 이것저것 많이도 챙겨오셨다. 그렇게 수영장의 습기로 인해 뿌옇게 변해버린 탈의실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봤는데 잠시후 수영장 안에서는 좀전의 할머니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매끈하게 물을 가르는 모습의 다른분으로 변하신다. 그야말로 수영장 요지경이다.

난 겨우 25미터를 가서는 숨을 헐떡이고 있는데 그런 나를 살짝 보시고는(아마 턴에 걸리적 거리셨는지) 옆레인으로 옮겨 가셨다. 아이고~~~

일주일에 3번만 오면 성공이라 생각했는데, 안되겠다. 안되겠어.....그렇게는 안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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