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꽤나 분주하게 보냈다. 예전에 등록해두었던 마라톤 때문에 특별한 약속을 잡지 않으려 했지만,
이 어려운 불황기를 뚫고 취직에 성공한 친구녀석도 축하할 겸 포항도 다녀와야 했고, 그러다보니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ㅋㅋ 다른 약속도 몇가지 생겨버렸다.
어쨌든 그렇게 금토를 보내고 울산으로 돌아와 11월 2일 있을 마라톤 준비를 조금 했다.
준비라고 해바야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옷가지, 신발등을 챙겨두고 푹 쉬는 거지만
태어나 처음 참가하는 마라톤이어서 그런지 설렘반 두려움 반에 뒤척이기도 했다.
게다가 회사로 보내진 기념품과 참가자 리스트가 그런 두려움을 증폭시켰다.
10km에 신청한 내 이름이 어엿하게(?) 하프 참가자 명단에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주최측이 실수한 것 같지는 않고, 아마도 덤벙대는 내 성격 탓에 '클릭질'을 잘 못한게 분명하다.에혀.
이래저래 고민하기도 그렇고, 그럭저럭 계산해보니 30분에 4km정도의 속도면 3시간이라는 타임리밋에 맞출 수 있을 듯해서 그냥 편하게 하프를 뛰기로 맘을 먹었다. 나중 이야기지만 꽤나 후회했다. 아마도 9km 정도 뛰었을 때 였을 거다.
다르지만 차별없는 세상을 향해 ...라는 모토로 장애인,일반인이 함께 하는 마라톤 대회인 울산인권마라톤 대회는 이번이 5번째라고 한다.
간단한 그러면서 별 재미없는 체험기는 아래
아침에 늑장을 부리다 조금 늦어버렸다. 급하게 주섬주섬 물건을 챙기고 대회가 열리는 문수월드컵경기장으로 나서면서, 배고프면 제대로 힘도 못 써볼 듯 해서 집주변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세트를 주문해서 가져가며 먹었다. 이거 때메 또 고생했다. ㅜㅡ..그 베이컨이랑 에그스크럼블, 커피가 뛰는 내내 내 뱃속을 괴롭혔다.
물론 다른 걸 먹고 뛰어본적이 없기에 상대적인 비교는 불가.
출발시간은 10시 정각. 경기장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9시 30분 무렵. 이미 곳곳앤 행사와 관련한 천막과 인권과 관련된 간단한 전시물들이 게시되어 있었고, 자원봉사자들과 마라톤 참가자들로 붐비고 있었다.
머..역시나 카메라가 없는 관계로 폰카로 몇컷 찍었지만, 지금은 다운받을 잭도 없는 관계로 내일 쯤 올려야 겠다.
대회 코스는
...멀다.@@ 이 코스보고 한참 고민했다. ㅋㅋ
10시 정각 출발을 하면서 앞을 보니 곳곳에 등에 예상시간을 적어둔 페이스메이커들이 보였다. 그런데 내가 목료로 하는 3시간짜리 완행코스는 보이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2시간 10분'을 달고 계신 분을 따라갔다.
처음 생각은 이랬다. 일단 3시간이 지나서 차량에 실려 돌아오지는 말자. 그렇다고 절대 무리하지도 말 껏.(심장마비도 종종 발생한다고 하니.ㅡㅡ;;)
3시간에 20km 그럼 걍 나눠서 한시간에 7km.....30분에 3.5km면 패스다.ㅋㅋ 이렇게 딱 맞아 떨어질리는 없을테니 처음 한시간 동안 8km 다음 한시간은 7km 그 다음은 나머지 이 정도로 생각했다. 원래 단무지한 성격이라 ㅎㅎ
2시간 10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갈 수 있는한 따라가고 못 버티면 그 때쯤 뒤로 쳐져야지.. 했다. 그런데 따라가다 처진 곳이 9km지점. 결국 10km 반환점을 1시간만에 지나버렸다. 이거 아무리봐도 오버페이스였다.
게다가 앞에서 얘기했듯이 9km지점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오른쪽 발목은 조금씩 삐그덕, 급하게 먹은 베이컨과 에그스크럼블 냄새가 솔솔~~ 역류..ㅎㅎ 무쟈게 후회됐다. 아놔 클릭만 잘했어도 10km에서 끝났잖아.ㅡㅡ;;
그렇게 투덜대며 반환점을 돌아서 12km정도를 지나니 살만해졌다. 시간여유가 있다는 생각에 페이스를 늦춰서 걷듯이 뛰었다. 좀 여유를 가지니 그 때서야 주변에서 응원해 주는 자원봉사자들도 보였다.
특히 돌아가는 길 13km정도 지점에서 마치 '서태웅 응원단'과 같은 포스로 율동과 함께 응원해주던 학생들이 있었다. 원더걸스보다 더 이뻐 보였다. 고마웠어요~~
15km에서 17km 쯤 살짝 경사있는 오르막에서 한번 더 어려움을 겪었다. 오르막과 더불어 맞바람이 불어서다. 오늘 처럼 바람이 미울 데가 없었다. 앞서가는 누군가의 뒤에 살짝 숨어서라도 달리고 싶었지만, 그곳엔 나 밖에 없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대회를 마치고 핸폰으로 전송된 기록은 2:10:20.07 헉..예상보다 넘 빨리왔다. 모야 나 이런데 재능있는거야.ㅡㅡ;; 순간 이랬다. 워낙 팔랑거려서 ㅎㅎ
사실 이번 마라톤 참가는 가끔식 겪는 내 자신의 현재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어디까지 가능할까.?
하지만 막상 대회를 마치고 나서는 생각지도 못한 많은 걸 얻은 듯 하다. 그리고 왜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는지도 얄팍하게나마 아니 하프를 뛰었으니 절반 정도만 이해 할 듯하다.
마라톤 역시 인생처럼 오롯이 혼자 한걸음 한걸음 이겨내야 한다는 것.
거친 바람을 번갈아 막으면서 목표까지 함께할 동료의 소중함.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과 정확한 상황 판단.
재밌는 경험이다. 다음엔 좋은 사람들과 함께 뛰고, 같이 결승점을 통과하고, 그 기쁨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