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친구



지난 주말 다녀온 통영.
그곳에서 나처럼 대부분 무뚝뚝하고 가끔은 수다스러운 친구를 만났다.
갑작스레 찾아온 한파때문인지 한껏 움츠린채 회사앞 정문에서 날 기다리던 친구는
와~~ 오늘 진짜 춥네..하며 작은 눈으로 웃었다.
점심이나 먹쟀더니 그러자 하며 이 추운 날씨에 자장면을 권하는 센스없는 녀석.
달달한 자판기 커피 한모금 마시며 여자 친구는 생겼냐는 내 물음에 슬그머니 세달쯤 됐다며
그 이상은 말이 없는 녀석.
드문드문 끊어지는 대화에도 그저 어색함 없이
그제도 보고 어제도 봤듯이
내일도 볼 것처럼 시시껄렁한 얘기에 개의치 않는
야 통영에 머 볼꺼 없나는 말에 응? ㅋㅋ 내도 몰라 라며 퉁명스레 말하고
다라공원은 어떠냐는 말에 그제서야 응. 거기 괜찮타더라는 
그면 다라공원에 다라가 우리 '다라이(경상도 사투리로 세수대야^^)'할 때 그 '다라'가 물으니
흔쾌히 맞다...그 '다라이'할때 '다라'이가 맞다며 '달아공원'의 이름을 바꿔버리는 녀석
으이구 친구야..또 보자.^^
  

저 멀리 보이는 조선소가 친구가 일하는 곳.


'다라공원'으로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지 않던 '달아공원'에서 본 통영 바다


섬이 거의(아니 전혀) 없는 동해에서 태어난 내게 남해바다는 늘 신기^^


순식간에 어두워진 하늘.


^^

서울사는 친구에게 _ 안도현



세상 속으로 뜨거운 가을이 오고 있네
나뭇잎들 붉어지며 떨어뜨려야 할 이파리들 떨어드리는 걸 보니
자연은 늘 혁명도 잘하구나 싶네
풍문으로 요즈음 희망이 자네 편이 아니라는 소식 자주 접하네
되는 일도 되지 않는 일도 없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싶거든,이리로 한 번 내려오게
기왕이면 호남선 통일호 열차를 타고 찐계란 몇 개
소금 찍어 먹으면서 주간지라도 뒤적거리며 오게
금주의 운세에다 마음을 기대보는 것도 괜찮겠고,
광주까지 가는 이를 만나거든 망월동 가는 길을 물어봐도 좋겠지
밤 깊어 도착했으면 하네, 이리역 광장에서 맥주부터 한잔 하고
나는 자네가 취하도록 술을 사고 싶네
삶보다 앞서가는 논리도 같이 데리고 오게
꿈으로는 말고 현실로 와서 걸판지게 한 잔 먹세
어깨를 잠시 꽃게처럼 내리고, 순대국이 끓는
중앙시장 정순집으로 기어들 수도 있고, 레테라는 집도 좋지
밤 12시가 넘으면 포장마차 로진으로 가 꼼장어를 굽지
해직교사가 무슨 돈으로 술타령이냐 묻고 싶겠지만
없으면 외상이라도 하지, 외상술 마실 곳이 있다는 것은
세상이 아직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는 뜻 아니겠는가
날이 새면 우리 김제 만경 들녘 보러 가세
지평선이 이마를 치는 곳이라네, 자네는 알고 있겠지
들판이야말로 완성된 민주대연합이 아니던가
갑자기 자네는 부담스러워질지 모르겠네, 이름이야 까짓껏
개똥이면 어떻고 쇠똥이면 어떻겠는가
가을이 가기 전에 꼭 오기만 하게

+

그래 오기만 해라^^
그럼, 시장앞 누가 원조인지 알 수없는 수육에 해장술도 한잔 걸치고,
이젠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옆 고갈비를 먹는 것도 괜찮겠지.
날이 샐 무렵엔 쨍쨍하게 차가운 바람에 앞섬을 여며지고
통영 앞바다와는 또 다른 해 뜨는 모습이 어울리는 우리네 바다에서
소리한번 쳐보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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