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이 세상에서 별빛이 가장 많은 곳이 어딘지 아세요?"
물론 나는 모른다. 아는 게 많지 않다.
"뻬루의 띠띠까까 호수에 가면, 섬이 있어요. 그 섬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어요. 너무 환해서 잠을 못 잤어요."
별들에 관한 이야기라면 나는 언제나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그때는 그 말이 더 좋았다.
이 세상에서.멋진 말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바로 이 세상이니까. 그리고 이 세상의 끝에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있다.
- 김연수의 여행할 권리 중에서-

커다란 동체에 몸을 싣고 11시간을 날아 도착한 프랑크푸르트.
내게 익숙한 자그마한 우리를 떠나 더 커다란 우리가 있는 곳.
그 곳도 우리가 있는 이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곽에 위치한 할리데이 인에 여장을 풀고선 간단한 트레이닝 복 차림으로 호텔을 나섰다.
물론 나오기전 어설픈 영어로 '맵 플리즈'했더니 말쑥한 대머리 매니저가 종이 한장을 내밀었다.
시가지쪽 경계에 위치한 마인강까지는 도보로 20-30분 내외.
저녁 아홉시. 아직 동쪽으로 열한시간 거리의 어떤 곳은 불야성일 시간이지만,
유럽의 여느 도시처럼 이곳도 인적이 드물다.
생경한 거리를 나설 때의 약간의 긴장감.
굴다리 아래를 지날 땐 내 뒤를 스쳐가는 인적에 괜시리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피곤하기도 한 맘에 호텔로 돌아갈까 주춤거리기 몇번.
하지만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온 그 강변을 꼭 걸어봐야겠기에 그렇게 걷고 가끔 뛰었다.
그리 정확하지 않은 지도 덕분에 좀 헷갈리기도 했지만
낮에 온 길을 봐뒀던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강변 한쪽엔 얏트클럽이라는 선상 레스토랑이 있었고,
그곳엔 마치 한강처럼 그리 낯설지 않은 모습들이 보였다.
강변을 따라 산책하는 사람, 마라톤이라도 도전할듯 힘차게 달리는 사람
인라인을 타고 스쳐가는 사람,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
직장상사의 뒷담화를 함께 하는 듯한 사람들


나와 그리고 우리네와 그리 다르지 않은 사람들.
 
이 세상이란 참 멋진 말인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

+

^^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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