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중국의 물권법 개정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금까지 지도부 결정을 그대로 승인하는 거수기
역할만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전인대에서 사유재산권을 강화한 물권법은 중요한 전
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물권법 개정 자체가 단기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앞으로 현대 중국사회가 직면할 수 있는 복잡하고 수많은 대립과 모순
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권법 개정은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토지를 강탈하는 파렴치한 지방 공무원들
에 대해 대중적인 저항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패한 공무원들에 대한 대중들의
절규는 공산당의 권력 독점을 약화시키고 사회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심각한 경
고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보면 이 법은 중국 사회가 급변하면서 뒤따르는 변화상을 반영
하는 것이기도 하다. 모든 토지는 원칙적으로 국가 소유로 돼 있지만 민간에 대한 임
대권이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됐고 도시의 중산층들도 부를 쌓아갔다. 물권법이 중국
에서는 흔치 않게 대중과의 협의 과정을 거친 후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갈수록 영향력
이 커지고 부유해진 중국 중산층을 크게 의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직면한 문제는 이 법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밖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중국의 정책집행 과정은 중앙에서 저 끝 시골까지 일사불란하
게 전해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중국의 통치체제는 중앙과 고집 센 지방
정부간 줄다리기의 연속이다.
더구나 중국은 여전히 효율적인 법집행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헌법상 사법부
는 독립성이 결여돼 있고 지방정부와 공산당 간부에게 관행적으로 종속돼 있다. 이러
한 시스템 미비는 사유재산 소유자들을 종종 곤경에 처하게 한다. 더 큰 문제는 당의
소유구조 자체가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그 모순을 노련하게 조절해왔다. 그러나 재산소유가 증가함
에 따라 성장에 대한 대중적 기대감도 커져갔고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도 높아져갔다.
이것이 중앙정부와 공산당으로 하여금 물권법을 제대로 집행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출처 : 파이낸셜타임즈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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