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유석진 교수님의 이코노미스트관련 특강
서강대 유석진 교수님의 이코노미스트관련 특강
(이코노미스트는...)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의 금융자본 그 중에서도 'City'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자본의 입장만 대변하면 설득력을 가지기 어려우니까 유럽복지국가나 유럽의 시회통합을 어느 정도 지지하는 입장을 취해 대중적인 설득력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특징 중 하나는 기명기사를 넣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명기사를 넣을 때가 있는데 그때는 기자가 퇴임하면서 마지막으로 기사를 쓸 때입니다. 따라서 퇴임기사를 보고 그 기자가 그 동안 어떤 기사를 썼나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노골적으로 사실을 왜곡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자신들의 주장을 바꿀 때는 반드시 근거를 제시합니다. '몇월 며칠 자에 우리가 이러 이러한 주장을 했는데 다행스럽게 결과는 저러 저러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 이유를 여차 여차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방식입니다.
이코노미스트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말하기에 앞서 언론 일반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권력의 세 차원)
Steven Lukes라는 미국의 정치학자는 "3차원적 권력론'이란 그의 책에서 권력을 세 차원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습니다.
1차원적 권력이란 행태적(behavorial) 권력입니다. 행태적 권력이란개별적 사안에 대해 누가 결정권을 가지느냐를말합니다. 개별적 사안에 대해 선택권 혹은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쉬운 예를 들면 선배를 만나 점심때 밥먹으로 가면서 중국집으로 갈까 한식집으로 갈까 의견이 갈렸다고 할 때, 중국음식이 싫은 데도 선배가 가자고 하기 때문에 중국집으로 가는 경우 선배가 가진 힘을 1차원적 권력이라 할 수 있는 거겠지요.
2차원적 권력이란 구조적인(structural) 권력을 말합니다. 구조적인 권력이란 어떤 문제를 논의 테이블 위에 올릴 것이냐 말것이냐를 결정하는 권한을 말합니다. 선택과 배제를 할 수 있는 힘, agenda setting을 할 수 있는 힘이 바로 2차원적 권력입니다.
직장내 성희롱을 예로 들어볼까요. 90년대 이후 줄기차게 직장내 성희롱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70년대, 80년대에는 직장내에 성희롱이 없었다는 얘깁니까? 그게 아니라 70년대, 80년대에는 직장내 성희롱이 가부장적 권의주의 사회에서 문제로 제기될 수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직장내 성희롱을 문제로 제기하면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가 더 피해를 보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70년대, 80년대 더많은 직장내 성희롱이 있었지만 문제로 되기 어려웠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직장내성희롱이 문제로 제기되는 것이 남성들에 의해 구조적으로 막혀 있었던 것입니다. 이 때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 바로 구조적인 권력입니다.
전태일의 분신이라는 사건도 이런 차원에서 바라 보아야 할 것입니다. 청계천의 피복공장에서 자기 동생같은 여성 노동자들이 폐병으로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전태일은 열악한 노동현실을 개선해야 하겠다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노동청에도 찾아 가보고, 노동문제를 전공으로 하는 교수도 찾아가보고, 기자한테 얘기해봐도 다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 때 열악한 노동현실을 사회문제화하기 위해 전태일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분신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 이렇게 하면 기자들이 기사를 써 주겠지' 하고 분신을 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당시 노동문제가 사회화되는 것을 구조적으로 막은 게 누구겠습니다. 자본이지요. 자본은 노동문제가 보도되는 것을 배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때 자본이 가지고 있는 권력이 바로 2차원적인 권력인 것입니다.
2차원적 권력은언론에선 편집권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제목을 어떻게 뽑을 것인가, 1면 톱으로 어느 기사를 올릴 것인가, 수많은 기사 중 어느 기사를 올리고 어느 기사를 뺄 것인가가 편집국장 우리나라에선 언론사 사주에게 집중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차원적 권력은 사안의 범위를 결정하는 권한입니다. 이것은 agenda gate keeper의 역할을 하는 권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뉴스선택방식에 저항하는 오마이뉴스 같은 새로운 언론의 존립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성언론과 싸우기 위해선 뉴스게릴라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3차원적 권력은 구성적(constituve) 권력입니다. 구성적 권력은교육과 사회화를 통해서 사회구성원의 사고를 규정하는 권력입니다.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정복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교과서를 개정하는 일입니다. 남한과 북한이 교과서가 다른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권력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교육을 통해서 사회구성원들의 사고를 새로 포매팅하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일본의 극우파가 교과서 개정문제에 그렇게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지금 당장은 자신들의 주장이 소수에 불과하다고 해도 10년, 20년 뒤에 자신들이 만든 교과서를 배우고 자란 세대가 사회적으로 활동할 때가 되면 자신들의 주장이 자연스럽게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구성적 권력은 집단의 욕구, 사회의 욕구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사고방식을 지배하고자합니다. 히틀러정권의 선전상 괴벨스가 하고자 했던 역할이 바로 구성적 권력의 역할입니다.
(언론을 어떻게 볼 것인가?)
언론은 사회를 바라보는 창입니다. 언론은 여러가지 사건 중 어떤 사건이 보도될 것인가 그 범위를 정하는 데 힘을 발휘합니다.
그런 점에서 언론은2차원적 권력을 가진 집단이지요. 언론을 제4의 권부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광주항쟁 때 군부는 처음에는 보도 자체를 통제합니다. 더 이상 통제가 불가능해지자 폭도니 불순분자니 해서 항쟁의 성격 자체를 왜곡하려 합니다. 바로 그것이 언론의 힘입니다. 언론은 자기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agenda를 보도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언론을 비판할 때보도된 것을 중심으로 비판하는 것은 행태적(behavorial) 비판입니다. 그러나행태적 비판보다는 보도되지 않은 것을 비판하는 구조적(structructural) 비판이 더 중요합니다. 'what is there' 보다 'what is not there'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보도했는가 보다 무엇을 보도하지 않았는가를 볼 수 있어야 언론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Time이나 Newsweek보다 Global합니다. 타임이나 뉴스위크가 미국 중심적이라면 이코노미스트는 그보다는 훨씬 세계적이라는 뜻입니다.
이코노미스트를 읽으면서 이코노미스트가 전 세계 수많은 기사중 어떤 기사를 버리고 어떤 기사를 선택하느냐를 살펴보면 이코노미스트의 입장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자신들의 사고방식을 주입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금융자본이 바라보는 세계, 자신들이 생각하는 옳고 그름을 강조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그러나그런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설득력이 없으니까 민주적 전통이나, 형평성의 문제를 같이 제기하면서 자신들의 의도를 희석화 하고자 합니다.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Hegemony로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가 가지고 있는 Hegemony Project는 제3세계 국가보다 강력합니다.
영국이 세계를 석권하던 시기에 로드밀러라는 영국의 학자는 Pax-Britannica의 이념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지배와 함께 자유와 물질적 진보, 부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Hegemony Project는 초국적 지식공유집단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들은전세계 엘리트의 생각을 synchronize 하고자 합니다. 이코노미스트의 독자층이 전세계의 개별국가들의 엘리트, 식자층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코노미스트는전세계 차원에서 3차원적 권력을 행사해 그들이 원하는 세계관을 setting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 기자출신으로 수잔 스트레인지라는 경제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평생을 제3세계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가 쓴 책 "국가의 퇴각" 에는 이코노미스트의 입장이 적라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대처는 정권을 잡고나서 바로 신자유주의정책을 펼친 것이 아닙니다. 그는먼저 전각료에게 신자유주의적 입장을 가진 책을 매주 한 권씩 읽고 리포트를 써내게 합니다. 2년을 이렇게 한뒤에 신자유주의에 대한 인프라가 충분히 깔렸다고 판단한 뒤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펴 나갑니다. 이정도 되면 그 정책에 반대할 각료는 한 명도 없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남덕우가 부총리를 할때 경제 관료들 중김재익, 강경식, 사공일등이 함께 신자유주의와 관련된 세미나를 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경제관료로서 게속 커나와 나중에 장관도 되고 부총리도 되고 하면서 우리나라에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펼쳐지는 계기가 됩니다. 이 모든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Hegemony Project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입장은 다른 지역의 기사에서보다는유럽이나 영국의 정치와 관련된기사에서 보다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이코노스트가 제시하는 agenda는 이코노미스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agenda입니다.
자 그러면 구체적인 기사를 보면서 이코노미스트의 입장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살펴볼까요?
2002년 5월 30일자 카버스토리는 "The weekist link"였습니다. 그 주제는 파키스탄 핵문제였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대테러전쟁 협조를 얻어 내면서 미국이 파키스탄의 '가장 약한 고리' 핵문제를 풀어준 것입니다. 중간제목으로 'The osama connection' 이란 제목을 뽑아 놨으나 빈라덴과 관련된 얘기는 거의 없습니다, 독자들에게 false impression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그 때 파키스탄의 핵 문제를 풀어주었기 때문에 지금 인도 파키스탄 분쟁이 발생하고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이 제대로만 밝혀지면 미국이 악의 축이라 주장하는 북한, 이라크 등과의 관계에서 명분이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 기사를 통해서 교묘하게 미국의 입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5월 16일자 카버스토리 'To Russia for love'에서는 대테러전쟁의 숨은 의도 카스피해 석유문제는 전혀 언급이 안되고 있습니다. 사실과 다르게 러시아가 마치 중국을 경계해서 미국의 MD에 동의한 것처럼 말하면서 부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4월 18일자 'Friendly fire'에서는 단기적 과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은폐된 미국의 agenda를 뒷받침 하고 있습니다.
5월 7일자 'Sixth month on'에서는미국의 일방주의적 한계와 부작용에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방위산업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City의 입장이 잘 나타난 기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월 21일자 카버스토리는'Eyeballing Kim Jong Il'입니다. 여기서미국측의 약속 불이행 - KEDO 지원문제, 중유공급문제 - 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또한 악의 축 발언의 근거를파키스탄과 이중 기준을적용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여기서 미국의 일방적 시각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2월 9일자 카버 스토리 'The lesson from Enron'은 City의 속성이 가장 잘 드러난 기사입니다. 엔론의 문제는 회사 내부지침의 문제인데 그것을 마치 회계규정의 문제인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City가 내부 지침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 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것으로 저의 강의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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