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Gats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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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9월10일.
모두가 애처로운 사람들.
책 중에서..
"그렇지 않아요."
개츠비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그녀는 날 사랑하고 있소. 가끔 바보 같은 생각을 떠올리고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모르는 게 탈이긴 하지만 말이오."
탐은 아는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역시 데이지를 사랑하고 있소. 이따금 술을 진탕 마시고
떠들어대거나 어리석은 짓을 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제정신이 들면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오."
"그런 불쾌한 말은 하지 말아요."
데이지가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내게로 몸을 돌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한 옥타브
낮아지면서 소름 끼치는 경멸조로 방안을 가득 채웠다.
"우리가 왜 시카고를 떠났는지 아세요? 당신의 그 별것 아닌 술잔치 얘기를 그
곳 사람들이 곧이듣지 않는 걸보고 난 깜짝 놀랐어요."
개츠비가 그녀에게로 걸어가서 그 곁에 섰다.
"데이지, 그건 이미 다 끝난 일이오."
그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건 이제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러니 저 사람에게 사실대로만 말해요. 당신은
저 사람을 사랑한 적이 없다는 걸 말이오. 그러면 모든 것을 영원히 깨끗하게 씻어
버릴 거요."
데이지는 무의식적으로 개츠비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제가 저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어요? 어떻게 감히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어요."
"당신은 저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소."
데이지는 망설였다. 그녀의 시선은 마치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드디어
깨달은 것처럼 간절한 표정으로 조던과 내게로 향했다. 그것은 마치 자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것도 할 마음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시선이었다.
그러나 일은 이미 벌어졌다. 이미 때가 늦은 것이다.
"저 사람을 사랑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데이지는 눈에 띄게 힘주어 말했다.
"카피올라니에서도 말이오?"
탐이 갑자기 다그쳐 물었다.
"그래요."
아래층 무도장으로부터 억눌리고 숨막힐 듯한 화음이 뜨거운 공기의 파장을 따라
떠올라 왔다.
"펀치볼에서 구두가 젖지 않도록 당신을 안아서 차에 앉혀 줬던 그 날도 날
사랑하지 않았단 말이오?"
탐은 강경하게 말했으나 그 말투는 부드러웠다.
"제발 대답해요, 데이지."
"제발 그만둬요."
데이지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증오심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그녀는 개츠비를
쳐다보았다.
"보셨지요, 제이."
그녀가 말했다. 그런데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했을 때 그녀의 손은 눈에 띌
정도로 떨고 있었다. 갑자기 그녀는 그 담배와 불붙은 성냥개비를 양탄자 위로
내던졌다.
"아아, 당신은 너무 많은 걸 원해요!"
..
..
..
해변에 앉아서 과거를 알 수 없는 세계에 관한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개츠비가
처음으로 데이지의 집과 이어진 부두 끝에서 비추던 녹색 불빛을 찾아냈을 때의
놀라움에 대해서 되새겨 보았다. 그는 긴 여행 끝에 이 푸른 잔디밭으로 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꿈은 당연히 실현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실패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는 그 꿈이 이미 자기를 등지고
공화국의 어두운 들판이 밤의 밑바닥으로 굴러가고 있는 도시 저 너머의 광대하고
흐릿한 어느 곳으로 물러가 버렸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개츠비는 해가 거듭될수록 우리들 앞에서 뒤로 물러가고 있는 그 녹색 불빛을,
그 격정의 미래를 굳게 믿었던 것이다. 그 때 그것은 우리들을 피해 갔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려서 팔을 더 길게 내뻗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화창한 아침에-.
그래서 우리는 물살에 부딪치며 노를 젓고 끊임없이 과거 속으로 흘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