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산조



내가 아는 김수철은 고래사냥의 김수철이다.
' 언제 가셨는데 안오시나, 한잎 두고 가신 님아. 가지위에 눈물 적셔 놓고......' 못다핀 꽃 한송이의 김수철이다.
가끔씩 브라운관을 통해 접하는 그의 모습은 늘 변함없이 힘차고, 글자 그대로 작은 거인이었다.
국악에도 특별한 관심을 가졌으며, 기타산조를 연주했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 그가 남들이 일컫는 전성기에 하필이면 국악을 택했던 건 왜일까?
종종 천재들만이 가지는 특유의 영웅주의 같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 물음에 김수철은 이렇게 대답했다.

" 인기가수로 뜨고 나서 국악으로 간 게 아니에요. 내가 국악 공부를 시작한 것은 ''못다 핀 꽃 한 송이'' 훨씬 이전 작은 거인 시절인 1980년 8월부터였습니다. 그 무렵 전 ''뉴 버드''란 이름의 영화 클럽에서 활동하고있었고. 구성원들이 자비를 걷어서 16㎜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중 [탈]이란 작품이 프랑스 청소년 소형 영화제에 출품되어 본선까지 진출했어요.
한국 젊은이들의 꿈과 갈등을 그린 작품이라 여기서 우리 고유의 전통을 살리려는 마음에 ''기타산조''를 시도하게 됐지요. 이를 계기로 내 머리 속을 끝없이 휘저은 것은 ''한국인이 왜 외국 음악만을 해야 하나?''하는 의문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부끄러움이었던 거죠. 그러면서 수치심 한편에 생겨난 호기심으로 국악으로 내달리게 된 겁니다." -김수철- 임진모가 만난 사람

부끄러움이라... 1980년에 이미...
우리것에 대한 이해없음은 오늘에도 머... 여기에도 취사선택의 원리가 적용되어 글로벌화...라는 명분아래 쓸 만한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로 나뉘어진다.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아마도 그 '쓸'만한 것들에 한정되어 있지 않을까.

+

월드컵이 일주일 남짓 남았다. '나도야 간다'도 많이 들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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