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만든 팬케이크 인간

 팬케이크 인간.. 이 단어가 너무도 와닿네요.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느끼는데 각자가 인터넷을 통해 습득하는 정보의 대부분이 포털을 통한 것, 그리고 원문 자체에 접속하기 위한 통로로써 인터넷을 사용하는것이 아니라 요약된 내용 자체를 얻으려 한다는 것..그에 따라서 개인이 습득하는 정보의 양이 넓지만 얇은 '습자지'같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이슈가 되고 있는 '집단화된 지성' 그리고 위키피디아 같은 도구가 인터넷의 순 기능이라면 그에 따른 역기능 역시 무시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실천하는 방법은 아래 예병일의 경제노트에도 언급되지만 강제로라도 사유와 침잠의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독서와 글쓰기입니다. 약간은 난해한..때로는 하품을 유도하기도 하는 책을 들고 끙끙 헤매 보기도 하고, 별다방,콩다방에 앉아 지나가는 행인들의 모습을 하나씩 묘사하는 글쓰기도 해보고 ....네이버 지식인도 구글도 단지 하나의 TOOL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2008년 6월 19일 목요일] 
인터넷과 사유(思惟)...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든다?(제트스키도 타되 스쿠버다이빙을 잊어서는 안된다)

Once I was a scuba diver in the sea of words. Now I zip along the surface like a guy on a Jet Ski.

니콜라스 카의 'Is Google Making Us Stupid?' 중에서 (아틀란틱 몬슬리, July/August 2008)

"이제부터는 네이버 지식인으로 학교 숙제를 하지 말거라. 책이나 백과사전, 전과를 보고 네 생각을 쓰도록 노력하거라."
예전에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아이가 숙제를 할때 의례 인터넷 접속부터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네이버 지식인을 검색하거나 질문을 하는 겁니다. 대부분 해결됐습니다. 찾아서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고 프린트를 하면 끝입니다.
전문가가 쓴 글도 있지만 많은 경우 또래 학생들이 올려놓은 과제물들이었습니다. 정확성에 의문이 가는 경우도 있더군요.

문제는 아이가 숙제의 제목에 대해 잠시라도 '고민'을 해보지 않는 듯했다는 겁니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보지도 않고 숙제를 척척 '만들어'냈습니다.

인터넷과 사유(思惟)...

인터넷으로 우리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됐습니다. 책상에 앉아 '세상의 지식'을 검색해 찾아보고 활용할 수 있게 됐지요. 자료가 필요하면 힘들게 지역이나 학교 도서관을 찾아야했던 몇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진 환경입니다.

신문과 방송이라는 기존 미디어에서 일하다 2000년 초 인터넷의 가능성을 믿고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었던 저는, 인터넷을 신뢰합니다. 우리에게 강력한 힘을 줄 것이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줄 것입니다. 인터넷이 '경제노트'를 가능케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자주 감동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다른 모든 것처럼, 인터넷 역시 우리가 주의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도 가끔 느끼는 것이지만, 많은 이들이 이 인터넷 세상에서 '고민'하고 '사유'하는 시간을 내지 못합니다.
심적으로 무엇이 그리 바쁜지 링크를 따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닐 뿐,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백지를 꺼내놓고 고민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지 못합니다. '깊이'가 아니라 '가벼움'이 우리들을 감싸오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니콜라스 카가 '아틀란틱 몬슬리'라는 잡지에 'Is Google Making Us Stupid?'라는 글을 썼습니다. 'What the Internet is doing to our brains'라는 흥미로운 부제도 붙어 있습니다.
요즘 '뇌 연구'가 활발하지요. 그는 인터넷이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찾아줌으로써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인간의 집중과 사색 능력을 쇠퇴시킨다고 말합니다.

이 글에는 미국 미시간 의대 병리학과 교수인 브루스 프리드먼이 나옵니다. 그는 인터넷이 어떻게 자신의 정신적인 성벽(mental habits)을 바꾸어 놓았는지 이야기합니다.

"온라인상에서 수많은 짧은 문장의 자료들을 훑다(scan) 보니, 사고가 '스타카토'(staccato·짧게 끊어서 연주하는 것)형이 되어버렸다. 이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같은 장편소설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

카가 구글을 산업혁명 시대의 테일러에 비교한 것도 흥미로왔습니다. 작업장에서의 시간과 행동 연구를 통해 '완벽한 효율성'을 추구했던 테일러.
"What Taylor did for the work of the hand, Google is doing for the work of the mind."

그리고 구글적인 시각을 이렇게 비판합니다.
"In Google’s view, information is a kind of commodity, a utilitarian resource that can be mined and processed with industrial efficiency. The more pieces of information we can “access” and the faster we can extract their gist, the more productive we become as thinkers."

'팬케이크 인간'(pancake people). 그가 소개한 극작가 리차드 포맨의 표현입니다.
한 번의 클릭으로 연결될 수 있는 방대한 정보의 네트워크. 하지만 우리는 얇고 넓게 펴진 '팬케이크 인간'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사유와 고민이 없는 그야말로 기능적인 인간인 셈입니다.

물론 인터넷에 대해 비관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역시 우리 하기 나름이니까요.

인터넷 시대에 정보를 많이 수집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것을 스스로 '소화'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수많은 정보들은 '쓰레기'에 불과합니다. 나에게 힘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쓰레기의 바다'에서 '익사'할 수도 있겠지요.

인터넷의 힘, 검색의 힘, 연결(링크)의 힘을 적극 활용하되, 동시에 사유(思惟)의 힘도 길러야 합니다.
하루에 일정 시간을 정해놓고 자신을 인터넷과 단절시키면 좋겠습니다. '인터넷과 함께'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겁니다.

"Once I was a scuba diver in the sea of words. Now I zip along the surface like a guy on a Jet Ski."

우리 경제노트 가족들은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에서 제트스키를 타고 이곳 저곳 바다 표면을 스치고 다니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바다 깊이 잠수하는 '사유'(思惟)와 '침잠'(沈潛)을 잃어버려서는 안됩니다.

'제트스키'도 활용하되 '스쿠버다이빙'을 잊으면 안됩니다. 그래야 우리 경제노트 가족들이 인터넷 시대를 제대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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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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