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satisfaction)


 어느 날 수업 중 강사가 내게 물었다. 영혼이 있다고 생각해요? 난 아니오 라고 했다. 그럼 절대적 진리, 선이 있다고 생각해요? 난 그렇다 고 했다.(영어로 물어서 사실 정확히는 ㅡㅡ;;) 그런데 영혼이라는 존재와 절대적 진리, 선한 의지란 어떻게 보면 유사한 범주에 해당하는 단어들이다.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우리에게 있어 마음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 나무꾼이 생각났다.

.......

"들어오게," 오즈가 말하고, 양철나무꾼은 들어가서 말했습니다, "나는 심장을 받으러 왔어요."
"좋아," 작은 오즈가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자네 가슴에 구멍을 뚫어야만 심장을 올바른 장소에 넣을 수 있네. 나는 자네가 다치길 원하지는 않아."
"아니, 안 돼요," 나무꾼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을 겁니다."
그래서 오즈는 한 쌍의 양철장이들이 쓰는 절단기를 가져와 양철 나무꾼의 왼쪽 가슴에 네모나고 작은 구멍을 뚫었습니다. 그리고, 옷장의 서랍으로 가서, 그는 예쁜 심장 하나를 꺼냈습니다. 그것은 비단으로 싸인 톱밥이었습니다.

"아름답지 않나?" 그가 물었습니다.

"아름다워요, 정말로요!" 나무꾼이 뛸듯이 기뻐하며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친절한 심장[마음]인가요?"

"아무렴, 그렇고 말고!" 오즈가 대답했습니다. 그는 그 심장을 나무꾼의 가슴에 넣은 후 네모난 양철판을 대고, 구멍을 낸 자리를 깔끔하게 덮었습니다
"자," 그가 말했습니다. "이제 자네는 누구나 자랑할 만한 심장을 얻었어.
...
그리고 양철 나무꾼은 그의 행복한 미래에 늘 즐거움이 함께하길 바라는 친구들에게로 돌아갔습니다.

- '오즈의 마법사' 中에서


 양철 나무꾼은 결국 마음[톱밥]을 가졌다. 하지만 그 마음을 가지기 훨씬 이전부터 따뜻하고,친절한 친구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존재였다. 그렇다면 사람의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모르겠다.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디에? 


[도서] 만족 : 뇌과학이 밝혀낸 욕망의 심리학
그레고리 번스 저/권준수 역 | 북섬 |
원제 : Satisfaction : The Science of Finding True Fulfillment
| 2006년 09월




 






 이 책은 뇌의 전반적인 기능,구조에 대해 얘기하고 있진 않다. 그럴려면 한두권으론 해결될 문제도 아닐테고
여기선 사람이 어떻게 만족하는지 그 기제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특히 도파민[각주:1]이 선조체[각주:2]에서 각종 정보를 거르는 일종의 동기부여 역할을 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면, 입안으로 들어온 주스를 삼킬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결정에 있어 도파민이 작용한다. 도파민과 선조체라는 생소한 단어로 시작하지만, 그 내용들은 그렇지 않다. 새로움을 추구하게 하는 동기, 돈을 벌면 왜 행복해하는지, 그리고 기본적 욕구인 식욕, 성욕에 대해서 조금 과학적인 면을 곁들여 얘기하고 있다. 책 후반부의 몇몇 챕터는 사실 책 전체적인 흐름과 부합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아이슬란드의 경험'이라는 챕터는 좀 어이없었다. 뜬금없이 판타지 소설이 나오는 듯해서 내 무지함을 탓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책 전체가 하나의 주장이라든지, 목적을 가지고 서술해 나가기 보다는, 각 장별로 저자의 연구주제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재밌게 풀어둔 듯한 느낌이다. 일종의 paper summary.같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그때 그때 순서에 상관없이 보고 싶은 챕터를 읽을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장점이기도 했다.
몇몇 재밌었던 부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쿨리지 효과[각주:3]
내 친구가 어떤 남자에게 "필요한 네가지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는 지체하지 않고 "음식 물, 여자 그리고 새로운 여자."라고 대답했다. 대부분의 남성들처럼 나도 첫 줄을 읽었을 때 웃었다. 그 다음에는 "여자에게 필요한 네 가지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머뭇거림 없이 "음식, 물, 섹스 그리고 포옹"이라고 대답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형태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 같으나 새로움과 성욕 그리고 그 외의 다른 것에 대한 욕망에서 두 성별 사이에 어떠한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본문 327p

예전부터 궁금한 부분이었다. 여자와 남자가 추구하는 성적 욕망이 다른 것인지. 책에선 근본적으로 '만족'을 얻기위해 새로움을 추구하는 데에 있어 차이는 없다고 얘기한다. 음 ..그럼 결국엔 권태라는 늪에 빠질텐데.
 책에선 이를 '성적 시련'이라고 표현했다. 결혼 이후 부부는 일상화의 단계를 거쳐 점점 익숙해져간다. 그에 따라 새로움을 추구하고 싶지만, 자기 자신은 배신당하고 싶지 않은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다. 게다가 사회적 제약(명예), 경제적 제약(이혼비용)등은 이런 배신을 제한한다. 결국 근본적으로 이러한 욕망(사실 이것을 옳고, 그르고 또는 추하고 아름답다고 판단하는 것은 넘 섣부르다. 열심히 도덕 교과서에서는 금욕적 생활을 강요하지만 어떻게..ㅡㅡ;; 이게 사실이고, 본능인걸)은 그 임계치를 넘어 파경으로 치닫거나, 꾹꾹 아닌척 하며 참아내는 방법밖에는 없는걸까? 이에 대해 저자가 인용한 글을 보면
간단한 처방은 없다. 다만 슈나르흐는 육체관계, 특히 성적 육체관계를 그 출발점으로 삼고서 시작했다. 그가 말하길, 진정한 육체관계는 충돌과 자기 확신 그리고 용기 있는 고백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충돌은 새로운 힘이 작용한다는 신호이다.
......
성적 시련에 들어가기 전에, 자기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즉 당신 자신의 욕망과 그것을 이루지 못하게 막고 있는 장애를 인정해야한다. ...... 슈나르흐는 서로 바라보는 것에 대한 글자 그대로의 의미를 옹호했다. 전희부터 오르가즘에 이를 때까지 눈을 뜨고 성관계를 가져라.

 아직 미혼인 나로썬 아! 그렇구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저자는 이 방법을 따라서 '성적 시련'을 극복했다고 얘기한다. 여기까지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펀펀데이님의 블로그에서 봤던 글들이다. 상대가 바뀌지 않더라도, 둘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또는 역할을) 설정함으로써, 권태라는 늪을 건널 수 있다는 얘기다.

2.울트라마라톤[각주:4]

 저자는 '울트라마라톤'이라는 예를 통해서, 극한에 도전하는 스포츠를 통해 뇌가 느끼는 만족감,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 불리는 일종의 각성상태, 그리고 운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중에서 운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 즉 신체건강과 정신건강간의 상관관계가 관심을 끌었다.
책에서는 쥐를 통한 실험결과가 제시되는데 결론적으로 운동을 통해 뇌의 혈류가 증가한 쥐들이 미로찾기와 같은 특정 유형의 공간 능력을 신장되었다. 사람의 경우에도 예전에 뇌의 신경세포는 한번 만들어지면 새로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알려져 왔는데 최근의 연구결과 학습과 기억의 역할을 담당하는 해마와 전전두엽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진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고 한다.(복잡한 호르몬 작용을 설명하고 있지만, 용어조차 이해가 안되는 것들이어서.ㅡㅡ;;) 게다가, 퍼즐과 같은 두뇌훈련만큼이나 운동이 뇌에 이롭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이로움을 취하기 위해 꼭 100마일을 달릴 필요는 없다. 산책정도면 충분할 듯. ^^

이외에도 맛을 느끼는 기전과 오감을 자극하는 식사 등의 내용도 재밌었지만 담 기회에.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마무리가 늘 후다닥~~이라는 ㅡㅡ;;


  1. 신경전달물질, 보상에 관련된 역할, 선조체로 받아들인 정보가 터미널을 통과할 것인지 못할 것인지 결정 [본문으로]
  2. 두개골 중앙에 존재하는 뇌안의 일종의 중앙터미널, 뇌의 모든 영역으로부터 신경 정보를 받아들임. [본문으로]
  3. 동물이건 인간이건 같은 상대와 섹스를 지속하다 보면 그 횟수나 흥미가 떨어지지만 상대가 바뀌었을 때 새로운 자극으로 인해 성욕이 증대되기 마련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섹스파트너 사이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쿨리지 효과(Coolidge Effect)라고 부르고 있다. [본문으로]
  4. 24시간 안에 100마일을 달리는 극한 마라톤. [본문으로]

'책+영화+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상력을 구속하는 경험  (13) 2008.10.14
BECK FINAL  (2) 2008.10.10
Mammami & Meryl_streep  (2) 2008.09.18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16) 2008.08.21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8.8.18  (8) 2008.08.19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