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요즘 들어 이래 저래 카메라를 눈독들이고는 있지만,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 든 주머니사정을 생각하며 요리조리 장바구니만 쳐다보는 중이다. 그래도 이젠 깊을만큼 깊어진 가을이 눈을 어지럽혀 눈으로라도 찍어서, 손으로라도 남겨둬야겠다는 얄팍한 생각을 했다. 그거 참 친구들 만나 쓰는 술값 몇번이면 살 수 있는 카메라를 두고 이리 궁색을 떠는 모습이 처량하기도 하지만, 일단은 찜이라도 해두고 다음에 숙제하듯 찍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우선 하늘. 막연하다. 밤하늘, 별빛 가득한 하늘, 새벽 하늘, 해질 무렵 노을 진 하늘, 구름 가득한 하늘, 꽁무니에 하얗게 선을 긋는 비행기가 있는 하늘, 달빛 가득한 하늘, 뻗으면 잡힐 듯 낮게 구름 드리워진 하늘. 끝이 없겠다. 기왕이면 가을인데 오늘은 저만치 아득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