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셋, 고무동력기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 그것에는 별 다른 이유 없이 들뜨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지금은 좁게만 느껴지는 초등학교 운동장이 까마득히 넓게만 보이던 국민학교 4학년 때 밥그릇을 덥어서 깍은 듯 똑같은 솥뚜껑 머리를 한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강종대던 걸음으로 아직은 고사리 같은 손에는 제각각의 고무동력기가 하나씩 들려있다. 조금은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시린 손에는 입김을 불어가며, 프로펠러를 검지 손가락으로 감을 때 표정들은 마치 자신이 파일럿이라도 되는 양 진지하다. 팽팽하게 감긴 모형 비행기 아래 고무줄을 한번 튕겨보고는 옆에선 동무를 흘깃 본다. 그 동무도 어느새 준비가 끝났다. 하늘을 향해 방향을 잡고는 왼손으로 고정했던 프로펠러를 놓으며 오른손으로 고무동력기를 스르륵 밀어낸다. 그럼 조그마한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