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셋, 고무동력기


출처 : www.zimbio.com/pictures/CcVlS6Jg...2BMeyers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
그것에는 별 다른 이유 없이 들뜨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지금은 좁게만 느껴지는 초등학교 운동장이 까마득히 넓게만 보이던 국민학교 4학년 때
밥그릇을 덥어서 깍은 듯 똑같은 솥뚜껑 머리를 한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강종대던 걸음으로 아직은 고사리 같은 손에는 제각각의 고무동력기가 하나씩 들려있다.

조금은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시린 손에는 입김을 불어가며, 프로펠러를 검지 손가락으로 감을 때 표정들은
마치 자신이 파일럿이라도 되는 양 진지하다.

팽팽하게 감긴 모형 비행기 아래 고무줄을 한번 튕겨보고는 옆에선 동무를 흘깃 본다. 그 동무도 어느새 준비가 끝났다. 하늘을 향해 방향을 잡고는 왼손으로 고정했던 프로펠러를 놓으며 오른손으로 고무동력기를 스르륵 밀어낸다.
그럼 조그마한 비행기는 맞바람을 타고 기수를 세우며 하늘로 솟아오른다.

날아오른 비행기를 따라 아이들의 발걸음도 빨라진다.
마치 다시는 내려오지 않을 것 처럼, 그렇게 날아가버릴 것만 같아서.
각자가 날려보낸 각자의 꿈을 잃어버릴까봐서.

그때 난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것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 내가 날려보낸 것은 그냥 작은 모형비행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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