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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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와 로니는 그의 가장 깊은 죄책감의 근원이었다. 그렇다고 계속 자신의 행동을 그들에게 해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이 청년이었을 때는 여러 번 노력을 했다. 그러나 그때는 둘다 너무 젊고 분노가 강해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너무 나이가 들고 분노가 강해 이해 못했다. 사실 이해할 것이 뭐가 있단 말인가? 외려 그가 이해할 수 없었다. - 그들이 지금까지도 집요하고 또 진지하게 격분하면서 그를 탄핵하 수 있다는 것을. 그가 그의 일을 그렇게 처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이 자기들의 일을 자기들 식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변함없이 용서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자세는 그럼 용서받을 만한 것인가? 아니면 그 결과가 덜 해로운가? 그는 이혼을 하여 가족을 깬 미국 남자 수백만 명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다고 그가 그들의 어머니를 때렸는가? 그들을 때렸는가? 그들의 어머니를 부양하지 못했는가, 아니면 그들을 부양하지 못했는가? 그들 가운데 누구라도 나한테 한 번이라도 돈을 구걸해야 했던 적이 있는가? 내가 한번이라도 모질었던 적이 있는가? 할 수 있는 제안이라면 다 하지 않았던가? 무엇을 피할 수 있었을까? 그가 할 수 없었던 일, 즉 그들의 어머니와 결혼한 채로 계속 사는 것 외에 달리 무슨 일을 했으면 그들이 나를 받아들여주었을까?- 그러나 그에게ㅡㄴ(그리고 그들에게도) 슬픈 일이었지만, 그들은 이해해주지 않았다. 그들은 또 그들이 잃은 그 가족을 그도 잃었다는 사실을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그 자신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것들이 틀림없이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그것 또한 똑같이 슬픈 일이었다. 그에게도 슬픔이 있었고, 가책이 있었고, 그래서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방어하려고 푸가처럼 이어지는 질문들을 던지고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그에게 그런 슬픔과 가책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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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 하위를 미워했고 부러워했다. 그는 독을 푸고 하위를 질투했으며, 생각을 하다 말고 하위에게 격분하곤 했다. 하위가 자신의 삶에 실어 나르는 힘은 전혀 방해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화에서는 그가 느끼는 모든 비합리적이고 옹호할 수 없는 감정들을 최선을 다해 억눌렀지만, 몇 달이 지나면서 그들의 전화는 통화 시간도 짧아지고 간격도 벌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곧 거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게 되었다. 

그는 형이 건강을 잃기를 바라는 원한 가득한 마음을 오래 품고 있지는 못했다. 

......


164페이지

자신이 없애버린 모든 것, 이렇다 할 이유도 없는 것 같은데 스스로 없애버린 모든것, 더 심각한 일이지만, 자신의 모든 의도와는 반대로,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없애버린 모든 것을 깨닫자, 자신에게 한번도 가혹하지 않았던, 늘 그를 위로해주고 도와주었던 형에게 가혹했던 것을 깨닫자, 자신이 가족을 버린 것이 자식들에게 주었을 영향을 깨닫자, 자신이 이제 단지 신체적으로만 전에 원치 않았던 모습으로 쪼그라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수치스럽게 깨닫자, 그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그의 자책에 박자를 맞추어 쳤다. 심장제세동기를 불과 몇 센티미터 차이로 빗나갔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어디다 부족한지 랜디나 로니보다 훨씬 잘 알 수 있었다. 보통 냉정하던 이 사람은 마치 기도하는 광신자처럼 사납게 자기 가슴을 쳤다. 이 실수만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실수, 모든 뿌리 깊고, 멍청하고, 피할 수 없는 실수들로 인한 가책에 시달리다- 자신의 비참한 한계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면서도, 마치 삼의 모든 파악할 수 없는 우연을 스스로 만들기라도 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 심지어 하위도 없어! 이렇게, 심지어 하위도 없이 끝이 나다니!"

 

차를 돌려 태화강변 스타벅스로 향했다. 비아커피 이탈리안 로스트가 다행히 재고가 있어 텀블러와 함께 구입했다.
그리고, 커피도 한잔 주문했다. 내려둔 커피가 없어 5분 정도 기다렸다.
차에 올라 팟캐스트를 틀었다. 에브리맨이 이동진으로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그제부터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마도 병원에 다녀온 뒤부터다. 사실 내심 짐작은 했지만 의사의 입으로 확정되자 착잡했다.
별것 아닌 질병이지만, 당사자인 내겐 "별것"이었다.
그것은 신체적인 기능이 저하되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넘어 이제는 이러한 것들에 대한 걱정들이 쌓여갈 것이라는
단순한 "사실"에 더욱 서글펐다.
오늘 아침은 더더욱 힘들었다.
병원에서 특별한 처방이나 치료를 받지도 않았지만, 그사이 특별하게 상태가 나빠질 일도 없었다.
정확히 전과 후 사이에 발생한 물리적 변화는 없었다. 다만, 내가 인지를 했다는 것만이 변했다.
출근해서는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오늘 계획된 방문인사의 일정 확인, 관련자 연락과 안내가 이어졌다.
식사와 함께 진행될 점심, 저녁의 간담회 참석자에 대한 참석여부를 확인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그 사이 관리하던 시설물의 문제가 있어 이동중 통화가 이어졌다.
스마트폰을 통해 관련 현황을 업체 담당자와 주고 받으며, 문서의 내용을 수정했다.
그렇고 그런, 평범한 하루였다.
그렇게 사무실을 떠나, 커피 한잔을 들고, 에브리맨을 들으며 집으로 가는 길이다.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는 쓰고 달콤했다.

" 그러나 그가 알게 된 것은 삶의 종말이라는 피할 수 없는 맹공격이 가져온 결과 전체와 비교하자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가 긴 직장생활 동안 사귄 모든 사람의 괴로운 사투를 알았다면, 각각의 사람들의 후회와 상실과 인내가 담긴, 공포와 공황과 고립과 두려움이 담긴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알았다면, 이제 그들이 떠나야 할 것, 한때 그들에게 생명과도 같았던 그 모든 것을 알았다면, 그들이 체계적으로 파괴되어가는 과정을 알았다면, 그는 하루 종일, 또 밤늦도록 계속 전화기를 붙들고, 전화를 적어도 수백 통은 해야 했을 것이다. 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노년은 대학살이다. - 에브리맨 162페이지-"

이러한 구절을 알게되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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