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00원 4300원 3900원


며칠새 컨디션이 별로, 여태껏 없던 꽃가루 알러지라도 생긴건지 이비인후과를 다녀왔다.
진료비 7700원, 몰랐던 내 코뼈의 상태(좌측으로 굴절), 50만원 상당의 코뼈교정 수술 권유, 
알러지에 대한 민감성을 약화시키기 위한 주사까지 포함한 가격이니 아주 저렴한 금액이다.

약조제비 4300원, 아주 효능이 좋다는 항생제(친절하게 약봉지에 표기된 바에 따르면), 졸리지 않는 항히스타민제, 알러지 완화제, 가래 제거용 시럽이 단돈 4300원, 심지어 딸기색 시럽은 맛까지 좋다. 어린이용을 잘못준게 아닐까 싶을 만큼.

퇴근후 간단히 식사를 했다. 이런얘기 꺼리를 지나 각자의 소비성향에 대해 얘기할때, 대략 두가지 부류로 나뉜다. 실제 소비패턴과 다르게 자신을 비하하는 경우, 분명 그런 옷만 입는 건 아닌데 누가 옷 얘길하면 경쟁하듯 자기가 더 싼 옷을 입는다고, 그렇다고 겸손한것 처럼 보이진 않는다.
마지막엔 Geek한 취미에 엄청난 소비를 하고 있다는 걸로 마무리되기에 사전작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다른 부류는 자신이 구입한 고가품은 있는대로 모두 끌어다 늘어놓는 경우. 사실 그의 집에 소파가 얼마짜리고, 청소기가 독일산 로봇에 혼자 청소를 얼마나 잘하는지는 크게 관심이 없는데 말야.
결국 이쪽, 저쪽 모두 피하다보면 말을 하지 않는 쪽으로 수렴한다. 
하지만 수렴이라는 단어의 뜻에서도 보듯이 1이면 1,  0이면 0을 꼭 뜻하는게 아니듯 말을 하지 않는 쪽으로의 수렴 또한 좋은 답은 아니다. 그것은 정답이 아니라, 어쩔수 없이 측정하기 위한 말 그대로 '수렴'이니까. 게다가 말을 안하고 있으면 그것대로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집으로 오는길 아내가 발렌타인데이에 보내준 기프트콘으로 별다방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그걸 들고 집까지 30분을 걸었다. 아메리카노 톨사이즈가 3900원.
병원진료비와 가격차이는 3800원. 약값이랑은 겨우 400원 차이.
하지만 각각의 재화는 가격만큼의 가치를 가진다. 
냉랭한 시선으로 걸어가는 많은 사람들. 어떤이는 담배를 물고, 어떤이는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재촉하듯 잰걸음으로 스쳐가는 길에서, 3900원 짜리 쌉싸르한 맛의 커피가 던져주는 생각의 고리만으로도 그 가격만큼은 됐지.
다만 7700원과 4300원은 그것들이 가진 가치에 가격이 조금 못 미치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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