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호오~하고 불면 입김이 보일 것만 같은 오늘.
그래서 그때의 그 따갑던 햇살이 더 생각나는지도 모르겠다.
2006년 7월 5일.
이탈리아에서의 일정을 하루 남겨둔 날
암스텔담에서 시작한 여행의 끝무렵.
그 더위가 아니어도 조금은 지치고, 한편으론 아쉬운 때... 그렇게 폼페이에 닿았다.
숨이 턱턱 막힐 것 같은 더위, 그리고 너무나도 생생한 폐허의 모습.
폐허라는 단어가 생생하다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곳이 있다면 바로 그곳이 아닐까.
폐허
난 그때쯤 폐허라는 단어가 너무 좋았다.
단어 자체가 주는 그 서걱거리는 느낌이랄까. 입안에서 버석대는 모래같은 황폐함.
그 시간이 멈춰버린 곳.
영원히 계속 될 것 같은 시간의 틈을 비집고 나와 아픈 상처를 드러낸 그 곳은
낯선 이들의 방문이 반갑지만은 않은 듯 이글거렸다.
저기 너머 보이는 산이 폼페이를 삼켜버린 베수비오산?
한 때는 인구가 5만에 이를 만큼 전성기를 누리던 한 도시를 삼켜버린.
낯선 방문자들의 발길이 사라져도 폼페이는 폐허인채로 남겠지.
마치 시간의 스틸샷처럼.
그리고 또 다른 방문자들에게 귀기울이는 이들만 알 수 있는 속삭임으로 시간의 유한함을
말해줄 것 같다.
폼페이를 떠나 다음 목적지를 향하는 우리에게 내린 시원한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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